나의 시

아버지별.3 -북

주혜1 2011. 6. 28. 10:32

 


 

 

아버지별.3

            -북

 

                          김주혜

 

매일 낮밤 북을 친다

후줄근히 땀에 젖어

손가락 사이마다 북채를 끼고

북을 두드린다

그러나 북은

무덤처럼 조용하다

아버지가 떠난 후부터

북은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았다

 

북이 불러들이던

온 산하

소나무의 향기, 불타는 바위

산의 환희

온몸이 따로 노는 듯한

그 황홀함의 노래

고음으로 칠수록 더욱 고요해지고

빠르게 가라앉을수록

가슴 밑바닥에 고인 찌꺼기들을

끌어올리던 그 붉은 울음을

 

나는 더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북은 아버지의 전부였다

-북 이외에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

혀를 깨무신 아버지가 떠나자

북도 제 스스로 혀를 깨물었다.

 

                                   -사진 하보경 선생의 북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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