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바늘이 만드는 길

주혜1 2011. 7. 6. 20:08

 

 
                                                        『바느질하는 여인
                                                                             Oil Canvas, 1881, 모리조
 
바늘이 만드는 길
 
김 주 혜
 
한 쪽 귀가 풀어진 채
 
마름질은 끝나 있었다.
 
풀어진 귀속으로 어제가 꿰이고
 
그곳은 매듭을 만들면서 한 땀 한 땀 떠가는
 
내 앞에 빈 터를 연다
 
몸속에 자리하고 있을 잠들지 못한 꿈
 
말없이 감추며, 여미며
 
한 올의 흩어짐도 허옹치 않는 걸음마다
 
아이의 눈썹 같은 길이 열린다
 
매듭이 생기기 전에 떠났어야 했다
 
실꼬리에 걸려 넘어지며 다가서는 기억들
 
이제 , 머리 끄덕이며 감싸자
 
기다리지 않아도 지나가는 길
 
돌아보면, 다진 만큼 곧고 반듯한 길
 
그 길로 내 아이들이 달려오고 있다.
 
 
 
 
 

'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맞이꽃  (0) 2011.08.05
바다는 잠들고  (0) 2011.07.24
아버지별.3 -북  (0) 2011.06.28
모성母性  (0) 2011.06.16
종이 접기  (0) 2011.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