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김주혜
여름이 간다
빗물에 흔들리는 가지
가지 끝에 하늘이 모인다
하늘은 날개를 달고
긴 침묵으로 기다리고 있다
종이 되고 싶었다
땅속 깊숙이 흩어진
숨겨진 불씨의 이야기
뿌리마다 털어내어
까만 눈빛으로 알알이 박힌
소리하지 않는 악기가 된다
닿는대로 휘어잡는 가지 추스리며
허리 굽은 가지 사이
흐르는 향기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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