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내 이름을 불러 주세요
김주혜
가을, 하늘, 햇빛, 열매......,이 모든 것을 입 안 가득 넣고 있으려니 등
뒤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이 아까운 것들, 한꺼번에 삼킬 수도
없고 뱉을 수도 없어 우물거리며 고개만 설레설레 저었다. 귀뚜라미 한
마리가 투명한 껍질을 벗으며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바람에 햇빛 한 자
락이 빠져나왔다.쪽빛 하늘이 덮치는 순간 심한 갈증이 나, 입안에 물고
있던 열매를 아사삭 깨물어 버렸다. 삐죽삐죽 손을 내미는 나뭇가지들.
그제서야 나는 뒤를 돌아보며 대답을 했다.
"가을이 예 있어요. 하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