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하신 아버지, 당신은 외아들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을 창조하시고 자유로운 존재의 독특한 선물로 그를 꾸미셨나이다. 당신 몸소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 자녀로서의 품위와 또한 당신 백성에게 속한 권리에 따라 살려는 열망을 그의 마음 속에 부어주셨나이다. 우리 안에 있는 당신의 산 모상을 훼손시키는 종살이가 아니라 모든 이의 아버지시며 창조주이신 당신의 기묘한 계획을 현양하는 자유에로 당신은 섭리로써 우리를 부르시나이다. 이리하여 온갖 부당한 속박에서 우리를 해방시키신 후 당신 지혜로써 우리에게 허락하신 완전을 향하여 우리가 더욱더 성숙되고 언행일치로 나아가도록 해주시나이다. 또한 모든 것이 완성된 후에는 우리가 끝없이 당신께 찬미의 노래 부르기를 열망하는 하늘 나라에서 당신은 만사를 다스리시리이다. 아멘 .
도 입
우리는 오래 전에 창조주 하느님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아시다시피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되었습니다.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되었다는 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헤아릴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세례를 받고 신앙인이 되려는 여러분들에게, 아니 모든 신앙인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바로 우리에게 하느님은 무엇을 원하시는 지를 알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하느님의 원의가 무엇인지 이미 배워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인간에게 양심을 주신 하느님은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이런 하느님의 원의를 알고 또 그분 뜻에 맞게 살아가도록 하시기 위해서 구체적인 계명을 주셨는데 이것이 바로 십계명입니다.
아주 오래 전에 - 너무 오래전이라 잘 기억은 안나지만 - '십계'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신앙인이든 비신앙인이든 많은 사람들이 감동 깊게 본 영화입니다 . 여러분 중에서도 이 영화를 보신 분이 계실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은 다시 한번 상기하시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자, 그러면 십계명에 대해서 살펴 보기로 하겠습니다.
전 개
1. 십계명의 유래와 분류
우리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출애급 사건을 배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에집트의 억압 속에서 종살이를 하는 이스라엘 백성의 울부짖음을 들으시고 모세를 통해서 이들을 구해 주십니다. 에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긴 시간을 광야에서 지내게 되는데 이때 하느님께서는 시나이 산에서 발현하시어 모세를 통해 윤리의 기본 원칙인 열 가지 계명을 계시해 주셨는데 이를 십계명이라고 합니다.
십계명의 형태는 구약성서에서 세 군데에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즉, 출애 34장, 출애 20장, 그리고 신명기 5장에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십계명의 본래의 형태는 출애 20,1-17과 신명기 5,6-21에 나타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5세기 경에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출애 20,1-17을 바탕으로 하여 요점을 뽑아서 10가지로 분류를 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십계명의 형태가 되었습니다.
구약(출애 20,1-17)의 십계명에 관한 내용을 구분하는 데는 약간씩 견해가 다릅니다. 이 십계는 세가지 분류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탈무드 및 유대교(랍비, 현대 유대인들)에서 하는 분류이고, 둘째는 필로에 의거한 분류(희랍정교, 칼빈파 및 영국 성공회), 그리고 세 번째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에 의거한 분류(라틴교회 및 루터 교회)입니다.
이 세가지 형태로 분류된 십계명을 서로 비교해보면 순서나 배치에 있어서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기본내용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신교에서는 루터교를 제외한 교파에서는 아직도 필로의 분류를 따르는 십계명을 지키고 있습니다.
2. 십계명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출애급기 20,1 - 17에 기록된 것을 분류한 십계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제 1계 : 하나이신 천주를 흠숭하라(20,1 - 6).
제 2계 : 천주의 이름을 헛되이 부르지 말라(20,7).
제 3계 :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20,8-11).
제 4계 : 부모에게 효도하라(20,12).
제 5계 : 사람을 죽이지 말라(20,13).
제 6계 : 간음하지 말라(20,14).
제 7계 : 도둑질하지 말라(20,16).
제 8계 : 거짓증언을 하지 말라(20,17).
제 9계 :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20,17).
제 10계 : 남의 제물을 탐내지 말라(20,17).
3. 십계명의 내용
십계명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첫째로 위의 세 가지 계명은 유일신이신 하느님께 대한 계명이고 나머지 일곱 계명은 인간에 관한 계명입니다. 즉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사랑인 것입니다. 예수께서도 이 두 계명을 "모든 율법과 예언서의 골자이다(마태 22,40)"라고 하셨습니다.
십계명은 참다운 인간생활이 하느님과의 친교에서 이루어진다는 종교적 윤리적 원칙을 기초로 하여 하느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친교의 생활을 하라는 하느님의 사랑의 계명입니다. 예수께서는 복음의 가르침으로써 바로 이 십계명을 완성시키셨습니다.
제 1계명 : 하나이신 천주를 흠숭하라.
이는 하느님을 창조주이며 가장 높은 주님으로 알아 최고의 공경을 바치고 사랑하라는 계명입니다. 하느님은 행복의 원천이고 사랑의 원천이며 우리 최후의 목적이므로 우리의 모든 행동이 하느님께 대한 존경과 사랑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며, 따라서 하느님 이외의 다른 신에 대한 믿음은 미신이며, 신앙인으로서 이러한 행위를 한다면 배교와 불신의 행위이기 때문에 용납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 대신에 그 어느 것도 그분의 자리에 올려 놓을 수 없습니다.
제 2계명 : 천주의 이름을 헛되이 부르지 말라.
우리는 존경하는 사람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자녀로서 그분께 존경을 드리는 그리스도 신자는 마땅히 그분에 대하여 헛된 언행을 삼가야 할 것입니다.
제 3계명 :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실 때 엿새 동안 일하시고 이레째 되는 날은 쉬셨다는 성서의 기록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구약시대에는 안식일을 정하여(오늘날의 토요일에 해당됨) 거룩하게 지냈고, 신약시대에는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인 일요일을 안식일로 정해 그분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로 거룩하게 지냈고, 얼마 후부터는 이 날 미사에 참례하는 것을 의무로 규정하여 지켜 왔습니다.
제 4계명 : 부모에게 효도하라.
이 계명에서 마지막 계명까지는 사람들 상호간에 지켜야 할 사랑의 도리를 규정해 놓은 것입니다. 제 4계명은 부모에 대한 효도, 자녀의 양육, 부부 상호간의 권리와 의무, 형제끼리의 의무, 스승과 제자의 관계, 고용주와 고용인 간의 인격적인 관계, 교회와 신자 간의 의무 등 사람들 사이의 모든 관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 5계명 : 사람을 죽이지 말라.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라는 계명입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그 생명을 보호하고 존중해야 하며, 인간 생명의 주인은 하느님이시므로 인간이 생명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살인, 자살, 지체절단, 안락사, 낙태 등의 행위는 하느님이 뜻을 어기는 것들입니다.
제 6,9계명 : 간음하지 말라,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
성을 올바로 사용하고 정조를 보호하라는 계명으로서, 정당한 부부관계 이외의 이성관계에서 성의 남용을 금하며, 성을 절대시하거나 성이 인간의 전부인 양 생각하며 문란한 성도덕과 온갖 성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현대인에게 "탐내지 말라"고 그 의도마저 금하는 그리스도의 사랑의 계명입니다.
제 7,10계명 : 도둑질하지 말라,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말라.
불의하게 타인의 물건을 빼앗아 가지는 행위나 다른 사람의 재산을 침해하는 행위, 강도, 절도, 소매치기, 사기, 속임수 장사, 과대광고 등을 금하는 계명입니다. 재산은 인간의 삶을 위하여 주어지는 것이므로 알맞게 사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돈을 쓸 줄 모르고 지나치게 인색한 것이나 사치와 허영에 들떠 돈을 함부로 낭비하는 것도 이 계명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제 8계명 :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
인권과 명예를 존중하고 보호하라는 계명으로서 거짓말을 해서 남에게 정신적,물질적 손해를 끼치는 행위, 모욕적인 말, 이간질 등을 금하는 것입니다.
4. 하느님사랑과 이웃사랑의 동일성
지금까지 십계명의 내용을 살펴 보았는데 중요한 것은 이것이 우리를 강제로 구속하는 법이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이웃사랑의 실천으로서 우리 신앙인들의 생활을 발전시키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계명들을 지킴으로써 하느님의 자녀로서 그분의 뜻에 맞게 살아야 하며, 성사를 통하여 그분 안에서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하느님은 여러가지 표징들을 통하여, 특별히 외아들 예수님을 통하여 하느님 자신을 나타내 보이시고 우리로 하여금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조건들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시고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 명심해야 할 것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분리된 두 개의 사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요 인간을 사랑하는 것은 바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된다는 것입니다. 결코 분리된 두 개의 계명이 아닙니다.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인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바로 이웃을 사랑하는 것을 통해 가능해 집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데서 우리는 하느님을 사랑하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배운 십계명이 나와 하느님과의 관계만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지켜야 할 것을 규정한 것을 주의깊게 살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십계명을 기준으로 해서 우리의 삶을 반성해 보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종합 심화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사랑은 동일하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빠지기 쉬운 함정은 신앙생활과 사회생활의 분리입니다. 그래서 신앙생활 따로 사회생활 따로 하기 쉽습니다. 신앙생활은 마치 주일에 성당에 나와서만, 혹은 성당의 단체활동 중에만 한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보다 올바르게 살아야 할 사회생활에서는 남들 하는대로 비겁하게, 악하게, 양심을 거스르며 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것은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안팎의 구별이 없이 바로 내가 살아가는 현장에서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합니다.
십계명의 내용들은 좀 열심히만 산다면 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의 계명들은 신앙생활을 한다는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거스르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범법행위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참 신앙인이라면 '....을 하지 말라'는 글자 그대로의 계명을 떠나서 더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이런 사랑은 바로 이웃의 곤경이나, 불의에 의한 가난, 억압 등의 정의문제와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바로 동정이나 자선의 차원이 아닙니다. 그들의 고통과 억압과 가난에 자신의 처지에서 동참할 수 있는 신앙생활을 하도록 노력합시다. 구약의 십계명은 바로 이러한 사랑을 실천하신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완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실 천
◐ 보상을 받을 목적으로 자선행위를 하지는 않았는가? 또 자신이 한 일을 내세우기를 좋아하지는 않았는가? 만약 그런 적이 있었다면 겸허하게 그런 마음가짐을 지양하기로 다짐합시다.
◐ 공동체 생활에서 자신이 잘못한 행위가 있었다면 생각하여 반성하고, 자신의 잘못을 기워 갚도록 합시다.
◐ 내가 속한 공동체, 나아가 사회전반에 걸쳐 불의한 상황의 원인을 생각해보고 이것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실천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고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하도록 합시다.
마침 기도
마침기도로 잠시 묵상합시다.
하느님의 법은 인간의 양심에 새겨진 자연법과 역사를 통하여 계시된 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모두가 생명을 주고 성실을 요구하며 자유를 보증해 줍니다. 우리는 순종하는 신앙 안에서 자각과 책임을 갖고 하느님의 법을 준수하며 인간 공동체의 법을 존중하면서 하느님의 법에 따라 우리의 양심을 형성합니다.
인간의 법이 하느님의 법에 부합되지 않거나 더욱이 상반될 때, 우리의 양심은 사람들에게 순종하기 보다 오히려 하느님의 법에 순종해야 함을 추호도 의심치 않습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희에게 새 계명을 주겠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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