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착륙을 알리는 기장의 목소리에 벌써? 하면서 서글퍼짐은 누구나 같은 마음일 거다. 이렇게 가까운 나라이건만, 왜 그렇게도 먼 나라가 되어 있어야 하나? 순레길에 우리 두 나라가 형제와 같은, 믿음의 나라가 되어 손잡고 잘 살아줄 것을 기대한다.
간이 휴게소에서 간단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떼웠다. 깨끗한 곳이 익숙한 일본 땅 곳곳을 돌면서 난 늘 부끄러워진다. 우리는 왜 이렇게 깨끗하게 살지 못하는 걸까?
그리고 첫번째로 도착한 곳, 타비라성당. 국가가 지정한 중요 문화재인 곳이다.
토로 신부가에 의해 설계된 성당이며 동서양의 건축양식을 접목하였다. 일본에 들어온 외방선교사 하비에르 신부가 설립한 성당이다. 250년 동안의 박해에 26명의 순교자가 생겼다. 한때 키리스탄의 촌락이었다는 시카마치에는 1888년 가건물이었다가 1918년 완공된 성당, 타비라 교회당이다.
이 성당에는 눈물겨운 이야기가 담겨있다. 성당을 설립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자금을 지원한 것은 프랑스 독지가지만, 많은 일본 신자들이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 위해 히라도 해협의 조개껍질을 주웠다고 한다. 조개껍질을 모아 구운 후 석회를 만들어 조개성당이라고도 부른다. 이곳은 세계문화유산 잠정명단에 ‘나가사키의 교회군 및 그리스도교 관련 유산’과 함께 구성 자산으로 검토되고 있단다. 조개껍질을 굽던 자리도 남아있어 성당 설립을 위한 교우들의 노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대학동창인 양순일 전 용문고 교장은 가톨릭신자도 아니면서 친구따라 강남 가듯이 성지순례길에 참여해 주었다. 나는 고맙고 또 고마웠지만, 지루할까봐 후회할까봐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았는데 열심히 미사참레하면서 예의를 다하여 함께 해주어 문인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려 회장자리까지 추대하였으니..그녀의 그 은근과 끈기 그리고 나눔의 정신에 존경을 표한다. 고맙다 순일아!
카메르신부의 화형 장면을 상징한 조형물. 젖은 장작을 흙에다 섞어서 고통을 극도로 하였다고 한다. 야히자성당 즉 죄인을 태운다는 소죄 성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건숙 율리에타 수녀님께서 자세하고도 역사적인 설명을 조분조분 들려주시어 참으로 좋았다. 피곤하셔서 다음날 바로 입가에 물집이...!
성당 29개 모두 바다가 보이는 곳에 지어졌다. 건축하신 분은 불교신자이며 끝까지 불교신자로 죽어서 불교신자 무덤에 계셨다. 불교신자가 이렇듯 아름답고 성스런 성당을 지었다는 데 놀라움과 함께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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