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이 만드는 길
김주혜
한 쪽 귀가 풀어진 채
마름질은 끝나 있었다
풀어진 귀 속으로 어제가 꿰이고
그것은 매듭을 만들면서 한 땀 한 땀 떠가는
내 앞에 빈 터를 연다
몸속에 자리하고 있을 잠들지 않은 꿈
말없이 감추며
한 올의 흩어짐도 허용치 않는 걸음 위로
아이의 눈썹 같은 길이 눕는다
매듭이 생기기 전에 떠나야 했다
실꼬리에 걸려 넘어지며 다가서는 기억들
이제, 머리 끄덕이며 감싸자
기다리지 않아도 지나가는 바람
돌아보면, 다진 만큼 곧고 반듯한 길로
내 아이들이 달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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