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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인터스텔라’ 속 시간지연, 지구에서도 매일 일어난다

주혜1 2014. 12. 2. 17:52

‘인터스텔라’ 속 시간지연, 지구에서도 매일 일어난다

 

등록 : 2014.11.21

 

 

 

블랙홀-화이트홀 모델에서는 무엇이든 빨아들이고 내뱉지 않는 속성 때문에 에스에프(SF) 영화에서 소재로 다루기 어려웠다. 하지만 영화 <인터스텔라> 제작에 참여한 물리학자 킵 손의 웜홀 모델에서는 이론적으로 왕복여행이 가능하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한 블랙홀의 이미지. 알랭 리아주엘로(크리에이티브 코먼스)

 

[토요판]


영화 ‘인터스텔라’와 블랙홀

 

▶ ‘영화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우주 자체다.’ 이런 평가가 어색하지 않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가 지난 6일 개봉된 뒤 관람객 500만명을 넘어서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 블랙홀, 웜홀 등 어려운 물리학적 개념을 영화적 상상력 안에 성공적으로 입주시켰습니다. 우리가 <인터스텔라>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신의 시간만 10경분의 4 빨리 간다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에스에프(SF) 영화 <인터스텔라>가 큰 화제다. 복잡한 작품의 내용과 국내에서의 흥행 열풍 양면에서 그렇다. 이미 관람객 500만명을 넘어서 <명량> 이전에 국내 최고 흥행작인 <아바타>보다도 표 팔리는 속도가 빠르다고 하니 그야말로 대박이다. 그 덕에 물리학과 천문학의 주제인 블랙홀과 웜홀이 일상적인 관심사가 되고, 난해하기 그지없는 일반상대성이론과 5차원 개념이 술자리에서 안줏거리로 오르내린다. 국내에서 유독 흥행이 잘된다고 하니 그 점도 흥미롭다. 그런 만큼 이 영화에 대해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논할 거리가 많지만, 이 코너의 이름은 ‘별’이니 우리는 별의 관점에서 주로 이야기해보자.

 

왕복여행 가능한 킵 손의 웜홀 모델

 

사실 이 영화는 별이 주인공인 별 영화다. 웜홀, 블랙홀, 행성 등 여러 종류의 천체와 그 천체들과 주인공의 상호작용이 줄거리의 대부분을 끌고 가기 때문이다. 제목 중의 ‘스텔라’도 별이라는 뜻이다. 이 제목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는데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인터내셔널’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말을 떠올리면 된다. 그저 나라 대신 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을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딱딱한 직역이나 모호한 의역을 하지 않더라도 넓고 큰 우주의 스케일과 그 속을 여행하는 인간이라는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영화에서 별들은 어떤 역할을 할까. 일단 멸망의 길로 치달아가는 인류에게 희망을 주는 탈출구로서 웜홀이 등장한다. 웜홀은 그 자체로 별은 아니고 아직 실재 여부가 확인되지도 않았지만, 만약 존재한다면 블랙홀과 마찬가지로 별이 죽어서 만들어지는 천체일 것이다. 웜홀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은 사과의 벌레 구멍에서 유래했다. 요즘은 흔치 않지만 예전에는 사과의 한쪽과 다른 한쪽을 연결하는, 애벌레가 만든 구멍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 구멍은 사과 표면의 서로 떨어진 두 지점을 껍질의 곡면을 따라가는 것보다 빠르게 연결해 주는 지름길인데, 우주에도 중력 붕괴로 인한 블랙홀의 변종으로 이런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웜홀의 존재와 그를 통한 우주여행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제시한 이가 바로 영화에서 자문을 넘어 프로듀서로까지 이름을 올린 물리학자 킵 손이다. 그가 1988년에 발표한 논문의 이름에는 영화의 제목과도 깊이 연관되는 ‘인터스텔라 트래블’, 즉 항성간 여행이 등장한다.

 

원래 웜홀의 개념은 입구인 블랙홀과 출구인 화이트홀로 나뉘어 있었다. 화이트홀은 블랙홀과 반대로 빛을 포함한 모든 것을 토해내는 흰 구멍인데, 그 존재 근거는 블랙홀에 물체들이 빨려 들어가도 질량의 총량이 변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 질량을 어디론가 밖으로 방출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순수하게 수학적인 가정이었는데 그나마 블랙홀이 강력한 제트 형태로 가스를 분출할 수 있다는 점이 제기되고, 2008년에는 이 제트가 멀리 떨어진 은하를 타격하는 장면까지 관측되자 용도폐기 되었다. 그래서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구분하지 않는 킵 손의 웜홀 모델이 각광을 받게 된다.

 

하지만 실용적인 측면에서 이쪽이 낫다. 왜냐하면 이전의 웜홀 구조로는 모든 ‘인터스텔라’ 여행은 편도여행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옛 이론에 따르면 블랙홀로는 아무것도 나올 수 없고 화이트홀로는 아무것도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한쪽은 언제나 입구, 다른 쪽은 언제나 출구다. 이래서는 기껏 큰맘 먹고 블랙홀에 뛰어든다 한들 자칫 우주의 아무것도 없는 지역에서 튀어나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신세에 빠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웜홀을 발견한다 한들 감히 여행을 감행하려 들기도 어렵고, 이 영화 같은 에스에프 스토리에 사용하기도 마땅찮은 것이다.

 

이렇게 킵 손의 웜홀 개념 덕에 이 영화에서는 웜홀을 통해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여행이 시작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인듀어런스호가 도착한 우주의 먼 곳에는-다른 은하계라는 설정이니 실은 인터스텔라가 아니라 ‘인터갤럭틱’이겠다-우연인지 필연인지 또 하나의 죽은 별인 블랙홀이 놓여 있고, 웜홀 외에는 장거리 우주여행을 할 기술도 방법도 없는 주인공네로서는 이 근처에서 어떻게든 인류가 살 수 있는 행성을 찾아야 할 입장이 된다.

 

문제는 블랙홀 주변에서는 강한 중력으로 기묘하고도 위험천만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동료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산더미만한 파도는 일반적인 파도가 아니라 블랙홀의 중력에 의한 거대한 조석간만의 결과로 보는 게 옳겠다. 행성이 블랙홀에 꽤 가깝게 있다 보니 행성이 자전하면서 블랙홀 쪽의 면과 반대쪽에 받는 중력의 크기에 서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서해의 뻘에서 게라도 한 마리 잡아봤거나 제부도의 속칭 ‘모세의 기적’을 접한 사람이라면 지구의 위성인 달의 중력이 만들어내는 조석간만의 힘을 잘 알 것이다. 이때 달 대신 가까운 거리에 무지막지한 블랙홀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 큰 파도도 별로 이상할 게 없다.

 

블랙홀의 또다른 영향은 극 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간지연 효과다. 주인공 쿠퍼와 아멜라는 문제의 행성 표면에서 단 몇 시간을 보냈을 뿐이지만 우주 공간의 인듀어런스호에서 기다리던 도일-그리고 지구와 우주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수십년이 지나고 만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예견했듯이 이런 일은 블랙홀같이 중력이 아주 강한 곳 주변에서 실제로 벌어지는데, 실은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도 늘 일어나고 있다. 모든 물체에는 질량이 있고, 질량이 있는 곳엔 중력이 있고, 크건 작건 중력은 반드시 시공간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상에서는 그 효과가 너무 적어서 알아채기 어렵고 믿기도 힘들지만 정밀한 실험을 통해 그 존재는 여러 번 증명되었다. 가장 극적인 예는 미국표준기술연구소의 연구 결과다. 2010년 제임스 칭원 초 박사팀은 ‘37억년에 1초’ 미만의 오차를 가진 초정밀 광시계를 이용해 지표에서 두 뼘이 채 안 되는 높이에서도 중력의 차이에 의한 시간지연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 결과는 사이언스지에 게재됐다. 연구에 따르면 33㎝ 높이에 놓은 시계가 지면의 시계에 비해 10경분의 4 정도 빨리 간다. 이것은 인간이 모두 정확히 79년을 산다고 가정할 때 다른 사람들보다 33㎝ 높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900억분의 1초 일찍 죽는다는 뜻인데, 물론 실생활에서의 영향은 전무하지만 물리학적으로는 큰 의미를 가진다.

 

시간을 지배하는 것은 중력
기존 블랙홀-화이트홀 모델은
한번 빠지면 나오지 못했다
킵 손의 새로운 웜홀 모델
시공간 돌파한 왕복여행 가능

시간은 사실 상대적인 것
해발 33㎝에선 10경분의 4 빠르다
영화 ‘인터스텔라’ 열풍은
절대적 시공간 벗어나려는
인간의 무의식적 열망 아닐까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주인공 일행이 도착한 별에는 블랙홀 주변의 강한 중력 때문에 거대한 조석간만이 있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높은 곳에 사는 사람은 빨리 죽는다

 

그런데 이 시간지연 효과가 블랙홀 주변이나 광속에 가깝게 움직이는 물체들의 세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피안의 것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이 효과가 우리 생활 속에서 매일같이 쓰이는 분야도 있는데, 바로 우리가 늘 활용하는 내비게이션의 위성위치추적장치(GPS)가 그것이다. 지피에스 좌표 신호를 보내는 위성들은 대개 지구의 중궤도, 약 2만㎞ 상공에 떠 있다. 따라서 지구의 중력이 지표보다 훨씬 덜 미치기 때문에 지구의 우리 관점에서 보면 위성의 내부 시간이 조금씩 빨리 간다. 그 시간 차이가 아주 작긴 하지만, 원리상으로는 지상의 우리를 파도 행성에서의 쿠퍼와 아멜라, 그리고 지피에스 위성을 인듀어런스호와 그 속에서 기다리던 도일에 대입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지피에스 위성은 시속 1만3800㎞의 고속으로 지구를 공전하기 때문에 중력 효과와는 별개로 내부 시간이 늦어진다는 점이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크거나 속도가 빠르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시간이 늦게 간다. 그런데 지피에스 위성은 약한 중력 상태에서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전자(약한 중력)는 시간을 빠르게 하고 후자(빠른 속도)는 느리게 한다. 따라서 지구상에서 지피에스 좌표를 정확히 알려면 컴퓨터를 통해 이 빨라짐과 느려짐의 오차를 계산해서 보정해줘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위치는 매번 엉뚱하게 나타나고 내비게이션은 아무 쓸모도 없을 것이다.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터스텔라 속 기묘한 세상은 실은 우리 삶에 이토록 가까이 있다.

 

이렇듯 별을 통해 별을 찾아가 별들이 만들어내는 위험하고도 신비한 조화를 겪으며 인간이 살 수 있는 별(행성)을 찾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바로 이 영화, 인터스텔라다. 물론 인간이 살아서 웜홀이나 블랙홀에 들어갈 수 있을지, 또 블랙홀 내부에 정녕 시간을 넘나드는 5차원 큐브가 존재할지의 여부는 그야말로 상상의 영역이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한 상상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바로 이 비밀스럽고도 신비한 우주의 속성이자 매력일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점을 잘 활용하고 또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그래도 이 뜻밖의 엄청난 흥행 돌풍은 무슨 연유일까? 개봉 전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난 후 과학자, 에스에프 전문가들과 함께 조심스레 점친 흥행 스코어는 300만을 넘지 못했다. 그 예상이 보기 좋게 깨진 것은 아마도 우주와 천체,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신비로운 과학 원리들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답답하기 그지없는 작금의 현실에서 벗어나 좀더 크고 아름다운 무엇인가로 향하고 싶은 사람들의 무의식적 열망이 반영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서머싯 몸의 소설 <달과 6펜스>에서 달이 상징하듯, 예전부터 하늘과 별은 현실 너머 이상의 다른 이름 아니었던가.

 

 

파토 원종우 <태양계 연대기> 저자

 

 

 

 

‘인터스텔라’가 ‘정치 드라마’인 이유 5가지

 

등록 : 2014.11.18

 

 

 

영화 ‘인터스텔라’는 할리우드에서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구축해온 명장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이다. 지구에서 꿈의 세계를 배경으로 펼친 독특하고 무한한 상상력은 이번에 우주로 뻗어간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광활한 우주 가운데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

정치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훌륭한 ‘드라마’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제가 뭐냐고 묻는다면,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이라고 답하는 게 맞을 거다. 중년의 머피로 나오는 배우 제시카 차스테인이 “인터스텔라는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딸에게 보낸 편지”라고 말했으니 달리 토를 달 이유는 없다. 하지만 영화가 다루는 내용은 우주처럼 넓고 블랙홀만큼이나 신비롭다. 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보더라도 영화는 한편의 훌륭한 드라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로서 유용한 장면들이 영화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물론 감독이 의도한 건 결코 아니겠지만….

 

1. 나사(NASA), 좋은 정당의 본보기

 

멸망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지만 인류는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사자에 쫓기는 영양 떼처럼 모래 먼지를 피해 이리저리 몰려다닐 뿐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 진실마저 외면해버린다. 머피의 학교 선생님은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소련을 파멸로 몰고가기 위한 미국의 사기극이었다”고 가르친다. 그나마 인류를 구원해줄 유일한 길이 우주과학이건만 눈앞의 생존에 급급해 미래를 부정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식량뿐이다.

 

그래도 나사가 있었다. 나사는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들의 조직이다. 암담한 현실을 바꿔보려는 의지의 결집체다. 무릇 큰 뜻을 품은 사람들이라면 세상의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상황에 맞는 행동이 무엇인지 면밀히 타산할 줄 알아야 하고, 원대한 청사진을 마련해 내놓을 만한 역량이 있어야 한다. 나사는 그랬다. 토성 근처에 ‘웜홀’이 열렸음을 알아챘고 생명이 살 수 있는 행성 12개를 추려낸 뒤 12명의 우주인들을 보내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가슴 뛰는 ‘나사로 프로젝트’를 발진한다. 현대 정치에서 정당이 갖춰야 할 요건들을 나사는 차곡차곡 갖춰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굳이 정당이 아니어도 좋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도 필요로 하는 덕목들이다.

 

미래에 대한 밑그림은 지식인들이 그릴 수 있으나 그를 실행하는 건 ‘일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영화는 초반에 주인공 쿠퍼(매튜 매커너헤이)가 성실한 농부이자 숙련된 기술자임을 보여준다. 노동으로 단련된 그의 근육과 의지는 어떤 위기가 닥쳐도 굴하지 않고 과감하게 뚫고 나간다. 자신을 던지는 헌신성을 보인다. 그에 반해 아멜리아(앤 헤서웨이)가 “이 분야 최고예요”라고 인정했던 지식인 만 박사(맷 데이먼)는 이기심과 허위의 명분에 매달려 인류를 파멸로 몰아간다.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기반이 되는 튼튼한 정당, 미래를 개척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2. 플랜 A와 플랜 B, 최대 강령과 최소 강령

 

브랜드 박사(마이클 케인)에게는 계획이 두 가지 있었다. 플랜 A는 살기 좋은 새 행성을 찾아 인류 전체를 통째로 옮기는 거대한 구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력을 마음대로 다룰 줄 알아야 하는데, 그 수수께끼의 해법은 블랙홀 저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다. 현실주의자의 눈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도전이다. 그러기에 브랜드 박사의 진짜 목표는 플랜 B다. 냉동 상태의 수정란을 싣고가 새로운 행성에서 인류의 부활을 이뤄내는 것이다. 물론 지구에 있는 종족은 그저 죽음을 기다릴 뿐이다. 만일 브랜드 박사가 ‘솔직하게’ 플랜 B만을 얘기했다면 아무도 우주로 날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쿠퍼는 어린 딸 머피를 껴안고 함께 죽음을 맞는 길을 택할 게 분명하다. 아니 어쩌면 일부 부류들은 우주로 날려보낼 냉동 실험관에 자신의 정자를 채워넣으려고 목숨을 건 투쟁을 벌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는 우연과 필연이 교직하면서 이뤄진다. 브랜드 박사에게는 플랜 A가 플랜 B를 이뤄내기 위한 미끼였을지 몰라도 플랜 A가 있었기에 인류는 한가닥 광명을 찾아 무시무시한 웜홀로 기꺼이 빨려들어간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두 가지 계획 모두를 달성한다.

 

정치에서 최대 강령과 최소 강령의 관계도 닮은 점이 많다. 최대 강령은 도달하고자 하는 궁극점이다. 이념이라고 불러도 좋다. 최소 강령은 당장의 삶을 향상시키려는 실현 가능한 목표들이다. 어느 하나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저 멀리 펄럭이는 깃발이 보여야 흔들리는 현실에서 길을 잃지 않는다.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현실적 요구를 관철해내려는 노력이 있어야 대중들의 지지를 얻는다.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아마도 북유렵 수준의 복지국가 실현이 최대 강령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목표 지점을 향해 전진하는 과정에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의 최소 강령이 놓여있다. 최대 강령이 제시되지 않은 채 최소 강령만을 놓고 벌이는 찬반 논쟁은 샛길로 빠지기 십상이다. ‘왜 재벌 회장 손자한테까지 공짜밥을 먹여주느냐’는 해묵은 논란만을 되풀이 할 뿐이다. 제대로 된 정치조직이라면 최대 강령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뜨거운 논쟁을 피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묘사된 우주의 모습.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무한한 상상력은 이번에 우주로 뻗어간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3. 운명의 주인공은 우리 인간이다

 

영화에서는 누군지 모를 ‘그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토성 가까이에 웜홀을 열어주고 지구 곳곳에 중력 이상 현상을 일으키며 인류에게 계속해서 구조 신호를 보낸다. 그들은 시간과 공간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초월적 존재이자 절대자다. 그들은 유일신 사상의 ‘신’일 수도 있고 범신론의 ‘섭리’일 수도 있다. 지구인을 긍휼히 여긴, 고도로 문명이 발달한 외계인이 아닐까 추측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 블랙홀 장면에 이르면 그들의 정체가 분명해진다. 로봇 타스가 “과거를 바꾸라고 그들이 우리를 여기에 데리고 온 게 아니야”라고 말하자 쿠퍼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이 아니야. 우리가 우리를 이곳으로 데리고 온 거야.”

 

애초 신도 섭리도 외계인도 없었던 거다. 신의 예정이라거나 결정된 운명이라거나 필연의 법칙이라는 건 없는 거다. 농부 쿠퍼를 나사로 이끈 것도, 중력의 법칙을 알아내 그걸 인류에게 전달해주는 것도 ‘그들’이 아니다. 사랑하는 딸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블랙홀 속으로 뛰어든 ‘인간’ 쿠퍼가 인류를 구한 것이다. 물론 쿠퍼 혼자 힘만으로는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다. 미래에 사는 인류의 후손들이 자신들의 선조를 구하기 위해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인류의 후손은 5차원 공간에 존재하기에 3차원에 사는 현생 인류에게는 직접 구원의 손길을 뻗을 수 없다. 어디까지나 조력자다.

 

운명의 주인공은 인간이다. 사회를 바꾸고 자연을 개조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이다. 다른 힘들이 있다면 그건 외부적 조건일 뿐이다. 영화에서 상징적 표현으로 나오는 딜런 토마스의 시도 우리에게 외친다.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닥쳐오는 운명에 순순히 굴복하지 말고 끝까지 맞서 싸우라고 말한다. 사회를 개혁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리 상황이 좋아지고 객관적인 조건이 무르익는다고 해도 저절로 세상이 변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의지가 개입할 때에야 비로소 새 세상은 열리는 법이다. 집권 여당의 무능과 횡포가 심하더라도 그래서 민심이 극도로 이반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내고 투표장으로 이끌어 낼 동기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한 그건 그저 여론조사상의 수치일 뿐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4. 모두의 시간은 똑같이 흘러가야 한다

 

인듀어런스호 탑승자들이 제일 먼저 도착하는 곳은 밀러 행성이다. 그들은 밀러 행성에서 거대한 파도에 휩쓸릴 뻔한 고초를 겪다가 겨우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저 몇 시간 머물렀을 뿐인데, 지구 시간으로 23년이 지났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중력이 큰 곳에서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흘러간다. 중력이 크다는 의미는 행성의 질량이 크다는 뜻이다. 행성의 질량이 크면 행성 주위의 공간이 휘어지고 이 곳을 지나는 빛 역시 휘어져서 움직인다. 그 때문에 시간의 속도에 차이가 난다.

 

영화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정말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공평한 것이냐고. 지구라는 행성에 함께 사는 사람일지라도 시간은 상대적으로 흐른다. 중력의 차이가 아니라 고통의 차이가 시간에 대한 체감을 다르게 만든다. 날아오를 수는 없지만 걷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중력을 느끼는 사람, 희열만 가득찬 건 아니지만 고통에 압살되지 않는 사람에게 하루는 24시간이다. 하지만 고통이란 중력에 짖눌려 몸뚱이 하나 일으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은 그리 경쾌하게 흐르지 않는다. 세월호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손목시계는 2014년 4월16일 아침 어느 시각에서 고정돼 있다. 다들 “이제 그만 잊을 때도 됐다”고 말해도 그들 집에 걸린 벽시계는 이제 막 새벽밥을 먹고 나서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어디 세월호 부모들뿐이겠는가. 이 땅에서 ‘비참하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지구가 밀러 행성이다. 그들은 조금 전 쓰나미를 만나 허우적대고 있는 거다. 그 숨막히는 고통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정하고 정의로운 분배다. 분배의 대상은 물질적 재화가 될 수도 있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될 수도 있다. 자아실현의 기회를 중요하게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인터스텔라>를 통해 시간의 배분도 정치가 해결해야 할 목록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함을 깨닫게 된다. 우리 모두의 시계가 똑같은 속도로 똑딱거리도록 한다는 것의 중요함 말이다. 저녁이 있는 삶을 갖도록 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그 범주에 포함된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5. 지구를 떠나는 쿠퍼, 쿠바를 떠나는 게바라

 

쿠퍼는 블랙홀에서도 살아나와 지구로 귀환한다. 그야말로 지구를 구한 영웅이다. 게다가 그는 지구를 떠날 때의 젊음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인류를 구원해 낸 구세주 대접을 요구한다고 한들 예의에 벗어난 건 아니다. 그런데 딸 머피는 아버지에게 떠나라고 말한다. 겨우 그 말을 하려고 2년간 동면까지 해가며 수명을 연장하고 2주에 걸쳐 쿠퍼 스테이션까지 날아왔나 싶다.

 

두 가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첫번째는 ‘당신의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것이다. 머피는 이 말을 “어떤 부모도 자식이 죽는 모습을 볼 필요가 없다”는 말로 에둘러 표현한다. 병실에는 이미 머피의 자손들로 가득차 있다. 누구 하나 쿠퍼의 존재를 의미있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쿠퍼가 이들 앞에서 “내가 너희들을 있게 한 할아버지”라고 외쳐봐야 세대간 단절만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얼마나 많은 혁명가와 독립 투사들이 자신의 조국을 구한 뒤 독재자로 전락하는지를 지켜봤다. 머피는 아버지가 후손들로부터 의무감이 아닌 자발적으로 우러나오는 사랑과 존경을 받기를 원한 것인지도 모른다.

 

두번째는 새로운 모험에 도전하라는 권고다. 영화 초반 쿠퍼는 시들어가는 옥수수밭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죠. 우리의 본질을 잊은 것만 같아요. 우리는 탐험가이자 개척자였는데….” 현명한 딸은 아버지를 잘 안다. 아버지는 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세상을 탐험하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갈 사람이라는 걸. 쿠퍼는 모든 걸 훌훌털고 아멜리아가 있는 에드워드 행성으로 떠난다. 마지막 장면은 크리스토퍼 놀란이 체 게바라에게 바치는 ‘오마주’로 읽힌다. 쿠바 혁명을 완수하고도 돌연 아프리카 콩고로, 남미의 볼리비아로 고난의 길을 걸어들어간 체 게바라다. 현실의 안락과 권력에 안주하지 않고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불꽃처럼 산화해갔다. 쿠퍼에게도 에드워드 행성은 수정란을 가지고 실행해야 할 플랜 B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유머감각이 풍부한 로봇 타스와 함께 하는 여정은 무척 유쾌할 것임을 암시한다.

 

 

<인터스텔라>를 정치 드라마로 해석한다고 해서, 사랑과 정치를 분리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사랑과 정치는 하나다. 사랑이 없는 정치는 냉혹한 권력욕에 지나지 않고, 정치적 결단이 없는 사랑은 간사한 혀놀림일 뿐이다. 영화는 사랑에 기반한 인간의 행동(정치!)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시공간의 장벽을 뛰어넘는 사랑의 위대함만을 노래한 것이 아니다. “진정 사랑한다면 이렇게 해야 하는 거야”라고 행동 규범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영화의 배경인 웜홀을 연상시킨다. 웜홀은 멀리 떨어진 두 공간에 중력을 가해 공간을 휘어지게 만든 다음,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통로를 뜻한다. 사랑과 정치는 낡아빠진 현실에서 찬란한 미래로 나아가는 웜홀이다. 그 한쪽 끝이 사랑이라면 다른 쪽 끝은 정치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만들어 나가는 정치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블랙홀도 테너-베이스-바리톤 ‘우주의 합창’

 

등록 : 2014.11.20

 

 

피아노 ‘가운데 도‘보다 57옥타브 낮은 음부터
심전도 신호와 비슷한 ‘심장 박동’음까지 다양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영화 ‘인터 스텔라’에서 주인공 우주 비행사 쿠퍼는 블랙홀 가장자리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쪽으로 빠져 들어가 시공간이 얽히고 설킨 5차원 영역 안에서 딸 머피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우주로 나오기 전 지구에서 쌍을 맞춰 나눠 가졌던 시계를 활용해 초침을 모스 부호처럼 움직이게 하여 정보를 알림으로써 딸이 인류를 구원할 중력 방정식을 완성하도록 돕죠.

 

그렇다면 모든 물질은 물론, 빛마저도 빨아들인다고 하는 블랙홀 주변으로 빠져 들어갔을 때 때 쿠퍼는 과연 어떤 소리를 들었을까요?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에 따르면 어떤 블랙홀들은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가진 음파를 밖으로 내보낸다고 합니다. 지구로부터 비교적 가까운 페르세우스 은하단(페르세우스자리와 물고기자리에 걸쳐 있는 대은하단의 일부)에 있는 엄청난 질량을 가진 블랙홀(아래 사진 참조)에선 ‘가온 다’(피아노 건반 가운데의 ‘도’)보다 57옥타브 낮은 음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죠.

 

 

오른쪽 사진이 페르세우스 은하단 블랙홀의 음파. 사진 미국 항공우주국 웹사이트

 

2003년 나사의 찬드라 엑스레이 천문대에서 천문학자들이 최초로 포착한 그 블랙홀의 소리는 인류가 우주에서 탐지한 그 어떤 소리보다 더 깊은 저음을 내고 있다고 합니다.

 

지구로부터 2억5천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페르세우스 은하단의 가운데에 위치한 이 블랙홀로부터 수십만 광년 떨어진 곳으로 퍼져나가는 가스 속의 파문이 발견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음파의 강력한 증거라는 것이죠. 이 음파를 잘 연구하면 우주에서 가장 큰 구조물인 은하의 성장과정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사진 미국 하버드대학교 웹사이트

 

위 사진을 보면 가운데 블랙홀 위아래로 검은 구멍이 보입니다. 이 검은 구멍들은 분출되는 물질들이 은하단의 가스를 뒤로 밀어내면서 생겨난 것들인데, 이 검은 구멍들에서 퍼져나가는 위쪽의 음파들이 물질의 분출로 인한 은하단 가스의 가열현상, 즉 별 생성과정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 검은 구멍들이 만들어지는 데는 초신성 1억 개 분량의 에너지가 필요한 데, 이 에너지가 바로 이 블랙홀 음파에 의해 운반되기 때문이죠.

 

페르세우스 은하단 블랙홀의 음파를 악보상의 음표로 표기하면 Bb(‘시’의 반음 아래 음)으로 나타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인간 가청영역 몇백만 배의 몇십억 배 낮은 주파수대의 소리라서 그냥 맨 귀로는 들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초신성 1억 개 가량의 에너지를 안고 있기 때문에 이 블랙홀의 음파 음, 즉 Bb 음은 25억 년 동안이나 계속해서 유지된다고 합니다. 다만 우리가 알지 못할 뿐, 페르세우스 은하단 블랙홀의 음파는 수많은 별들의 탄생 비밀을 간직한 채 ‘라’와 ‘시’ 음표 사이의 소리로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밤하늘 별들을 스쳐 지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 다른 천문학 연구팀은 나사의 ‘로시 엑스레이 시간 탐험 인공위성(Rossi X-ray Timing Explorer ; RXTE)’가 수집한 자료들을 통해 우주에서 가장 작은 블랙홀일 가능성이 큰 블랙홀 ‘IGR J17091’와 ‘GRS 1915’의 소리 신호(정확하게는 X레이 패턴)을 잡아냈다고 합니다. 그 소리 신호는 심전도 신호와 비슷하여 ‘심장 박동’이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IGR J17091’ 블랙홀은 ‘전갈 별자리’ 방향으로 1만6000광년~6만5000광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질량은 블랙홀이 될 수 있는 이론적 최소치인 태양 질량의 3배 미만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태양보다 질량이 14배 큰 ‘GRS 1915’ 블랙홀은 ‘IGR J17091’ 블랙홀에 비해 5배나 커서인지 ‘심장박동’ 소리가 20배 더 또렷한 반면, 그 소리의 주기는 1/8배 정도 느린 40초 안팎이라고 합니다. 40초마다 한번씩 거의 빛의 속도에 가까운 가스를 분출시키며 ‘심장박동’ 소리를 퍼뜨리고 있는 것이죠.

 

그러고 보면 블랙홀도 그 질량 크기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는 셈입니다. 비교적 높은 소리를 내며 크기가 작아 ‘가장 작은 블랙홀 1순위’에 올라있는 ‘IGR J17091’ 블랙홀, 그보다 큰 ‘GRS 1915’ 블랙홀, 그리고 위 2개의 블랙홀 보다 훨씬 낮은 저음을 내는 페르세우스 은하단의 블랙홀을 보니 광활한 우주공간에서 마치 기적처럼 울려 퍼지는 테너, 베이스, 바리톤의 노래 소리를 듣는 듯한 낌이 듭니다.

 

그렇다면 딸과의 약속인 인류를 구원할 새 별을 반드시 찾아내 지구로 돌아오겠다는 그 약속을 지키려고 알 수도 없는 공간 속으로 몸을 던진 아버지, 그 아버지의 우주보다 더 큰 사랑을 품은 영화 ‘인터 스텔라’의 블랙홀은 과연 어떠한 음악 소리를 내고 있을까요? 어쩌면 그 음악 소리는, 영화 속 아버지의 감동적인 사랑에 공명하는 우리들 가슴 속 소리와 아주 많이, 많이 닮아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http://plug.hani.co.kr/appsong/2006308

 

출처 : 어둠 속에 갇힌 불꽃
글쓴이 : 정중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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