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오, 네가, 네가 바로

주혜1 2015. 3. 30. 11:27
      오, 네가, 네가 바로 김주혜 콸콸콸 쏟아져 나와야 詩지, 열세 달 진통 끝에 하나 둘, 피묻혀 내놓은 게 무슨 詩겠어, 비 한 번 맞아본 적 없고 대숲에 지나는 바람소리, 산 중 폭포소리에 몸 한 번 적 신 일도 없이 쓴 詩가 그게 시겠어. 걸핏하면 상사병 들 어 펄펄 끓는 몸으로 방바닥을 설기설기 기어다니고 생 으로 아프게 긴 밤을 보내고 나면, 머리 가슴 배 할 것 없 이 온통 글자로 뒤엉켜 꽁꽁 묶여버리기 일쑤이니, 너, 침 목 속에 흐르는 초록 물아, 흙 속에 꼼짝 않고 굳은 살 고 집하는 뿌리야. 오구구 모여 있는 섬들아 오, 네가 네가 바로 詩로구나.

'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홍글씨  (0) 2015.04.06
  (0) 2015.04.02
세상은 아직 살아볼 만하다  (0) 2015.03.28
봉선화  (0) 2015.03.20
전지剪枝  (0) 2015.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