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주홍글씨

주혜1 2015. 4. 6. 08:49
      주홍글씨 김주혜 간통, 유죄선고를 받고 숨을 훅 들이키니 누군가 손목을 잡아끌었다 내 입술에서 루즈를 지우고 장신구를 하나씩 떼어냈다 새우처럼 등을 구부려 척추 한가운데 바늘을 꽂고는 내게 명령했다 ㅡ발가락을 움직여 봐 혈관 속으로 에테르의 방울이 흘러 들어가고 흰 벽이, 천장이, 빙글 돌더니 차가운 공기가 홑이불을 들치고 나를 꺼냈다 개구리를 들고 있었다 아니, 개구리가 내 손가락을 물고 있었다 배를 가르고 오물오물 팔딱이는 숨골을 바늘 끝으로 콕콕 찔러댔다 버둥거리던 개구리 다리가 축 늘어졌다 나는 눈을 감았다 개구리도 눈을 감고 있었다 혈관 속을 흐르는 수액의 수런거림에 눈을 떴다 그리고 그들은 물러났다 주홍글씨를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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