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말씀]
안녕하세요? 김주혜입니다.
먼저 시집 연리지가 되어 상재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제게 축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황귀옥시인님 고맙습니다.
돌이켜보면, 황귀옥님이 오늘날 시인으로 등단하시고 이렇게 시집까지 내시기까지 제일 기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이 바로 저일 겁니다.
그러니까 20여년 전 황귀옥시인을 만난 건 하느님의 지시였다고 믿습니다. 당시 황시인께서는 몸도 마음도 매우 아프신 상태로 삶의 의욕까지 상실해 있는 시기였습니다. 성당 교리교사의 임무로 하느님을 알려 드리라는 수녀님의 지시에 따라 무심코 방문하면서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댁을 방문하여 황귀옥 님의 모습을 본 나는 하느님을 알리기 전에 예쁜 딸과 인자한 남편에게 몸이 편찮으시니 짜증을 내시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서 일상적인 나눔을 하면서 사랑스러운 딸과 남편에게 편지를 써보라는 과제를 내주며 일주일에 한 번씩 점검을 하곤 했습니다.
황시인은 연필조차 들 힘도 없는 상태임에도 꼬박꼬박 과제를 잘해 오셨고, 점차 문장력이 예사롭지가 않아서 정서적인 글, 시를 써보시라는 과제를 내주었습니다. 그 후, 점차 회복을 하시고 휠체어에 의존하여 세례를 받으시고 성실하신 신자로서 지금까지 하느님의 은총 속에 시인이라는 관을 쓰셨고 , 그 결실이 오늘에 이르른 것이니 그 벅찬 가슴으로 보면 제가 황시인보다 더 크지 싶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빠른 교통수단은 우리의 가슴이라고 합니다. 가슴으로 닿지 못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뜻이겠죠, 글쓰기는 인간 영혼의 뿌리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서 시를 쓰고 읽는 동안 몸과 마음은 자연스레 회복을 위한 시간이었지 싶습니다.
황귀옥시인이 글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가족의 사랑과 일상의 신비를 느끼고 영혼의 변화와 초월을 향한 여정. 실로 인간승리라고 보겠습니다.
이는 비록 예술가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삶의 지표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누구나 자기 인생의 "시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시인은 선택받은 운명을 타고난 몇 안 되는 사람들이라고들 합니다. 자기 자신을 향해 끊임없는 질문과 마침표를 찍을 때마다 망설이고 흔들리는 과정을 되풀이하며,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에 끊임없는 자신을 향한 채찍질을 하며 내면을 다듬어나가는 동안 철학적인 사고와 넓은 감성을 가질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단어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를 갖는 시어의 세계에서는 어느 것 하나도 일상적이지 않습니다. 어떤 바위도 어떤 강물도 유유히 흐르는 구름도 어떤 밤도 그 어느 누구도 모두 시인에게는 할 일을 부여합니다. 사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대화를 하며 내 안에 깃든 영혼을 깨우는 작업이라고 하겠습니다.
시인에게 유효기간이 없는 것은 사랑이라는 상상을 살기 때문입니다.
황귀옥시인이 딸을 향한 사랑을 편지로 표현하고, 남편에 대한 사랑을 연리지 나무의 의미로 전한 그 의지를 우리는 배워야 할 것입니다.
사랑은 상상력입니다.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사랑이라고 보면, 황귀옥시인이 사랑하는 남편과 딸에 대한 사랑이 빚은 오늘의 시집"연리지 되어"로 꽃을 피운 거라고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옆에서 한결같이 돌봐주신 남편분과 따님께 큰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정말 잘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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