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아버지별.6-꽃눈

주혜1 2005. 8. 31. 17:26

                       아버지별.6

                                            -꽃눈

 

 

아버지는 온 몸의 피를 다 쏟으시려나 보다. 유리병 속의 노란 수액들이 방울방울 눈물을 흘리는 동안 나는 웃고 있었다. 어떻게 살 수 있겠니. 괜찮아요. 나쁜 피는 다 쏟아야 한대요. 순하게도 내 말을 믿으시는 아버지의 위 속으로 얼음물을 연신 넣으며 출혈이 멈추기를 기다린 나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고, 차츰 아버지의 동공은 열리고 있었다. 얘야 아직도 멀었냐. 이제 다 됐어요. 조금만 참으세요. 병원 창밖에는 꽃눈이 내리고 침대 시트엔 붉은 철쭉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얘야 물 좀 다오. 의사가 물 드리면 안 된대요. 5월 꽃눈 내리는 날, 아버지는 물 한 모금 주지 않는 나를 원망하며 하얗게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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