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아버지별.5-살잽이꽃

주혜1 2005. 8. 31. 17:24

아버지별.5

           -살잽이꾳

 

 그는 평생을 소리소리 지르며 살아왔다. 쇠똥 밭에 모로 서서 살잽이꽃 한 장 한 장 발뒤꿈치 밑에 깔고 결발부부 십수년에 앞산 첩첩, 취산 첩첩, 주름살 첩첩, 장지문에 들기름 쩔 듯 목구멍에 배인 육자배기, 칵, 가래 올리는 일갈로 시작한다. 휘머리, 자진머리, 시원시원 넘어간다. 70년 평생 따라다닌 두두두두우 그 눔의 북소리만 아니었드라도, 눈 질끈 감고 저질러 버릴 것을. 꽃이 지네 꽃이 지네 관속에 들었건만, 나는 못 잊겠네. 푸너리 장단이 메너리조로 바뀌고 괭매, 괭매, 괭매 삘리리리이......시절이 하 분분하여 일모청산 하직하고 울긋불긋 취군가락에 산 설고 물 설은 이곳이 어드메냐. 궁글채 손에 들고 진양조로 넘어간다. 오매 오매 우리 오매 불쌍한 우리 오매 처자식 놔두고 나 혼자 어찌 가란 말이오. 으흐흥 으흥 으흥 흥타령으로 목청을 턴다. 짓무른 눈가에 이슬이 내린다. 소리소리 구절마다 가지색 살잽이꽃이 낮술에 취한 그의 두 볼로 오슬오슬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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