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별.3
-북
매일 낮 밤 북을 친다.
후줄근히 땀에 젖어
손가락 사이마다 북채를 끼고
북을 두드린다.
그러나 북은
무덤처럼 조용하다
아버지가 떠난 후부터
북은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았다.
북이 불러들이던
온 산하,
소나무의 향기, 불타는 바위
산의 환희,
온몸이 따로 노는 듯한
그 황홀함의 노래,
고음으로 칠수록 더욱 고요해지고
빠르게 가라앉을수록
가슴 밑바닥에 고인
찌꺼기들을 끌어올리던
그 붉은 울음을
나는 더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북은 아버지의 전부였다.
북 이외에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
혀를 깨무신 아버지가 떠나자
북도 제 스스로 혀를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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