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아버지별.13 -생인손

주혜1 2006. 11. 24. 15:04

 

아버지별.13

          -생인손

 

치마바위를 올라가다 발을 헛딛었다. 누군가 내려준
나무 뿌리를 잡고 간신히 올라가 숨을 돌려보니, 한 늙
은 소나무가 줄기에 농구공만한 혹을 달고, 바위에 걸
터앉아 뿌리를 내려주고 있는 게 아닌가! 순간 난 돌아
가신 할머니 얼굴이 떠올랐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호
두알 만큼 불거져 있었던 할머니. 호두처럼 생긴 그 손
가락으로 밤 깍아 주시던 모습‥‥‥. 할머니 손가락은
왜 이래? 밤 깍아먹기 좋으라고 그렇지. 생인손 앓으신
줄도 모르고 나는 할머니의 두툼한 그 엄지손가락을 잠
잘 대도 만지며 잤다. 생인손 앓는 소나무만 아니었더
라면 나는 틀림없이 조난을 당했을 터였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도봉산 치마바위에 걸터앉은 소나무가 되셨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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