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부활

주혜1 2007. 4. 26. 16:19
復活부활


부활성야미사 시간, 앞좌석에 앉은 깡마른 노인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싯누렇게 바랜 성서를 침 묻혀가며 넘기는 그의 모습이 성요셉 같다. 이제 곧 손에서 놓아야 될 손때 묻은 대패를 사랑스레 보듬듯 껍질만 남은 그의 앙상한 손가락마디가 꺼칠꺼칠한 보푸라기를 다 제거한 십자 나무와 교차된다. 성서에 못 박힌 그가 고개를 들자 색유리에 반사된 그의 눈에서는 금세라도 흠숭의 눈물이 흐를 것만 같다. “십자가에 매달으시오” 노인이 의자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는다. 온갖 풍상을 몸으로 단련한 나무처럼 그 분을 향한 깡마른 그의 기도손에서 경사진 빛이 특이한 슬픔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영광송이 흐르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옷자락이 그에게 서서히 다가가고 있다. 바로 그가, 십자가를 깎은 노인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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