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난을 치며 김주혜 사물은 문득 소리를 죽이고 나 혼자 꿈속으로 들어가 검은 선 몇 개 흰 종이로 남는다 선은 곧게 솟아오르다가 가늘게 떨고 점과 점들은 모여 올올이 음표로 떠돌다가 흐느끼다가 둥둥 딱 북소리 울린다 열두 발 상모자락이 하늘로 치솟는다 치솟아 한송이 꽃망울을 점지한다 다시 징소리 울리고 사물이 얼쑤 어깨를 흔들자 산이, 하늘이, 제 혼자 빙빙 돌다가 열두 폭 병풍 속에 들어가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