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리다보니 나무가 되었고'
나무를 그리다 보니 그 아래
시냇물이 흘러야 했다
그 물 속에 자갈이 있어야 했으며
자갈 틈새로 피라미들이 놀아야 했다
물굽이를 끼고 돌아 금간 돌밑에서
아이들이 공기놀이를 하고 있다
조막손이 손등을
자꾸자꾸 미끄러지는 공기돌
아이들은 빈공기를 움켜쥐고 또 쥐고
무감동한 하늘이
작고 그늘진 수초 위에서 웃고 있다
그 웃음 속으로 결국,
저벅저벅 끌려 들어가고 마는 그림속의
시냇물은, 나무들은, 그리고 아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아득해지고
내가 그린 그림에는 검은 선들이
열 십자로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