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하고픈 이야기

윌리암 포크너 연설문, 노인과 바다, 외

주혜1 2007. 10. 25. 14:54
제시문 [가]

한 늙은 고기잡이가 있었다. 불행히도 그는 벌써 84일째 한 마리의 고기도 낚지 못했다. 하지만 숙련된 고기잡이라는 자부심과 희망을 잃지 않았던 그는 드디어 행운의 숫자라고 믿은 85일째 출어에서 커다란 고기를 한 마리 잡는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그 고기를 뜯어먹으려고 달려드는 상어떼의 습격을 받아 밤새 사투를 벌인다.

그럼 이젠 무슨 생각을 하면 되지? 생각할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아무 생각도 말고 다음 놈을 기다려야 한다. 오히려 이게 정말 꿈이었으면 좋았을 걸 하고 그는 생각했다.

-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중에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노인이 드디어 생각을 거부함으로써 할 수 있었던 것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일 뿐이었다. 아무 생각 말자고 해놓고 이것이 모두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은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결코 먹이를 찾아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굶주린 상어처럼 행동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밤새도록 상어떼와의 싸움에 지친 노인이 항구로 돌아왔을 때, 잡은 고기는 모두 상어들에게 뜯겨 뼈다귀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그 싸움에 결국 패배했고 그가 믿었던 85의 행운도 허무하게 날아가 버린 것인가. 겉으로 보기에는 그런 것같이 보인다. 밤을 새워 사투를 벌였는데 고기는 앙상한 뼈로 남았을 뿐이다. 상어떼가 노인과 싸우면서 모든 살점을 남김없이 발라 먹어 포식했으니 승자는 상어요, 노인은 비참한 패자인 것 같다.

그러나 탈진하여 사자꿈을 꾸는 긴 잠에 빠지기 전에 노인은 이렇게 중얼거린다. <패배한 것은 상어떼야.> 결국 그 말로써 노인은 <생각하는 인간은 갈대처럼 파괴될 수 있으되 패배할 수는 없음>을 증언한다. 뼈만 남은 앙상한 고기의 비참과 투쟁의 허무를 아는 인간, 그는 바로 그 비참과 허무를 생각할 수 있으므로 위대한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이 오래 견디기 때문에 영원하다고 말하기는 아주 쉽다. 그리하여 운명의 마지막 종소리가 울리고 죽음의 표시조차 없이 마지막 붉게 죽어가는 석양 속으로 사라질 때에도 또 한 번의 소리가 들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영원히 지칠 줄 모르는 작은 목소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나는 단순히 인간이 오래 견딜 뿐만 아니라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다. 인간은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지칠 줄 모르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영원한 것이 아니라 자비와 희생과 명예를 위하여 투쟁할 수 있는 영혼과 정신이 있기 때문에 영원한 것이다……. ①기계는 오래 견디고 동물은 생존한다. 그러나 오직 인간만이 승리할 수 있다.

- 윌리엄 포크너,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파스칼의 주장은 이런 맥락에서 의미심장한 것이라 하겠다. 그저 한 자락 바람에도 꺾일 만큼 약한 갈대 같은 존재지만 인간은 약함을 스스로 알 수 있는 존재, 즉 생각하는 갈대이다. 그가 덧붙인 것처럼 <공간 속에서 우주가 나를 그저 한 개의 점으로 삼키면 나는 생각 속에서 우주를 점처럼 삼킬 수 있>으므로, 인간의 생각하는 힘은 위대한 것이다.

- 이왕주, <철학풀이, 철학살이> 중에서

 

제시문 [나]

오성적 사고로 정확성을 추구하는 자연과학이 비유를 도움으로 해서 자연 법칙에 접근하고 있다는 인식은, 일견 생소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사실 하이젠베르크(W.K.Heisenberg)를 비롯한 20세기의 물리학자들, 화학자들의 입을 통해 충분히 확인된 바 있다. 니체에 의하면, 사물 자체(Ding an sich)는 사실상 언어로 포착 불가능한 것이며, 따라서 언어 사용자는 오로지 인간에 대한 관계만을 표현할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은 그러한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비유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니체는 <모든 언어의 기원은 메타포이다>라고 말한다. 이 같은 니체의 명제에 따른다면, 사회적 관계뿐만 아니라 자연 법칙 또한 메타포의 도움 없이는 표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괴테는 화학적 현상을 지칭하는 친화력이 이미 인간 관계에서 얻어진 하나의 대담한 메타포였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괴테는 친화력이란 화학적 현상이 분리와 결합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오히려 인간 관계에서 원용하고 있는 윤리적 비유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괴테가 그의 소설에 화학적 비유를 도입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비유의 역수입이며, 따라서 그의 소설은 화학적 비유를 그것의 근원으로 <귀환>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화학자들이 화학적 현상을 설명함에 있어서 그것을 인간의 사회적 관계에 의해 유추하고 있다고 한다면, 괴테는 역으로 인간의 사회적 관계를 화학적 현상에 기반해 유추하여 고찰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괴테에게 있어서 문학과 화학의 접목 시도는 이처럼 언어의 차원에서 전제가 되고 있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상호 유추 관계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잠언과 성찰’에서 괴테는 <객관에 존재하는 미지의 법칙은 주관에 내재하는 미지의 법칙과 상응한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인간과 자연, 문학과 자연과학의 상호 관계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것이겠는데, 이러한 주관과 객관에 내재하는 <미지의 법칙성>을 연결해 주는 것이 곧 유추를 바탕으로 한 비유일 것이다. 그런데 괴테가 이해하고 있는 유추란 두 영역을 일차원적으로 결합시키거나 그것들 사이의 동일성을 증명해 보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괴테는 유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유추를 통한 표현은 편리하기도 하지만 또한 매우 유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②유추의 대상은 억지를 부리려 하지도 않고 무엇을 증명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다른 대상과 서로 맞은편에 세워지는 것이다. 유추란 무엇을 제시하기보다는 오히려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훌륭한 사교 모임과도 같은 것이다.> 유추에 대한 이와 같은 괴테의 설명을 따른다면, 자연법칙과 인간의 사회적 관계, 자연과학과 문학의 유추 관계란 그것들 사이의 일차원적 상응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영역에 대해 사고의 <자극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서로 <마주 세워진> 관계인 것이다.

- 김래현, ‘인간 관계의 실험실로서의 소설’ 중에서

 

제시문 [다]

아침이었다.

그리고 싱싱한 태양이 조용한 바다에 금빛으로 번쩍였다. 기슭에서 약간 떨어진 앞 바다에서는 한 척의 어선이 고기를 모으기 위한 미끼를 바다에 뿌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그것을 가로채자는 신호가 하늘의 갈매기 떼 사이에 재빨리 퍼지며, 이윽고 몰려온 수많은 갈매기 떼가 이리저리 날며 서로 다투어 먹이조각을 쪼아 먹는다.

오늘도 또 이리하여 살기 위한 부산한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소란을 외면하고,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은 혼자 어선에서도 기슭에서도 멀리 떨어져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공중 약 30미터의 높이에서 그는 물갈퀴 달린 두 발을 아래로 내린다. 그리고 부리를 쳐들고 양쪽 날개를 비틀 듯이 구부린 괴롭고 힘든 자세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날개의 커브가 급하면 급할수록 저속으로 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 그는 볼을 스치는 바람 소리가 속삭이듯이 낮아지고, 발밑에서 바다가 잔잔하게 누워있는 듯이 보이는 극한점까지 속도를 줄여간다.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느라고 눈을 가늘게 뜨고, 숨을 모으고, 억지로 ....이제 .... 더 .... 몇 미터만 .... 날개의 커브를 더하려 한다. 그 순간, 깃털이 곤두서며 그는 중심을 잃고 떨어졌다. 말할 것도 없는 일이지만, 대체로 갈매기라는 놈은 공중에서 비틀거리거나 중심을 잃고 속도를 늦추는 법이 없다. 비행 중에 비틀거린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체면을 깎는 일일 뿐만 아니라 수치스러운 일이며 불명예이다. 그러나 조나단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날아오르더니 다시금 날개가 떨릴 만큼 급한 커브를 유지하며, 천천히 속도를 낮춰 가는 것이었다. 천천히, 천천히, 더욱 천천히 -

그리하여 그는 또 다시 중심을 잃고 바다에 떨어졌다. 아무래도 조나단은 보통 새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은 난다는 행위를 지극히 간단하게 생각하여, 그 이상의 것을 굳이 배우려 하지 않았다. 즉 어떻게 해서 기슭에서 먹이가 있는 데까지 날아가 또 돌아오는가, 그것만 알면 충분한 것이다. 모든 갈매기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나는 일이 아니라 먹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별난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먹는 일보다도 나는 일 그 자체였다. 그 밖의 어떤 일보다도 그는 나는 일을 좋아했다. 그런 종류의 생각을 하고 있으면 동료들이 묘한 눈으로 보리라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아무튼 그의 부모들조차도 그가 매일같이 혼자서 아침부터 밤까지 수백 번이나 저공 활공을 되풀이하여 시도하는 것을 보고는 당황하고 있었다. 예컨대 해면으로부터의 높이가 자기 날개 길이의 절반 이하라는 초 저공에서 날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왠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높은 데를 날 때보다도 힘이 덜 들고, 공중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지는 것이다. 또한, 그가 활공을 끝내고 착수할 때에는 두 발로 물을 차 물보라를 일으키는 보통 방식이 아니라, 두 발을 몸통에 찰싹 유선형으로 달라붙게 하여 수면에 닿기 때문에, 해면에는 길고 예쁜 항적이 남는 것이었다. 그가 발을 쳐든 채로 해변에 몸통 착륙을 하여, 모래 위에 생긴 자기의 활강 자국을 발로 재는 듯한 흉내까지 냈을 때는 그의 부모들도 당황해 했다.

“왜 그러니, 존, 대체 왜 그래?”

어머니는 아들에게 물었다. “왜 너는 다른 갈매기 떼들처럼 행동하지 못하니? 저공비행 따위는 펠리컨이나 신천옹(거위보다 살쪘으며, 무인도 등에 서식함)에게 맡겨 두면 되잖니? 그리고 왜 너는 먹지 않니? 바짝 말라 뼈와 깃털뿐이잖아!”

“뼈와 깃털뿐이라도 괜찮아요, 엄마. 나는 내가 공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를 알고 싶을 뿐이 예요. 단지 그것뿐이 예요.”

“애야, 조나단” 하고 타이르는 듯한 어조로 아버지가 말했다.

“머지않아 겨울이 닥쳐온다. 그렇게 되면 어선도 적어질 것이고, 얕은 데 있는 고기도 점점 깊이 헤엄쳐 들어갈 것이다. 만약 네가 연구해야 한다면 먹이를 연구하고, 그것을 어떻게 얻는지를 연구해라. 물론 너의 그 비행술인가 하는 것도 좋지만, 그러나 너도 알다시피 공중활주로 먹고 살 수는 없지 않니? 안 그래? 우리가 나는 이유는 먹기 위해서라는 걸 잊지 말아라. 알겠지?”

조나단은 다시금 갈매기 떼를 떠났다. 혼자서 바다 멀리 나가 굶주리면서도 행복한 마음으로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 당면한 과제는 스피드였다. 1주일 남짓한 연습으로 그는 세계에서 제일 빠른 갈매기보다도 스피드에 관해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 리처드 바크, <갈매기의 꿈> 중에서

 

[논제 1] 제시문 [가]은 ‘인간의 생각하는 힘’을 강조하기 위하여, <노인과 바다>와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을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밑줄 친 부분 ①에서 말하고 있는 ‘인간만의 승리’는 그러한 문맥적 의도와 밀접하게 호응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윌리엄 포크너가 말하고자 했던 바가 따로 있었다고 가정할 때,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제시문 [다]에 나타난 조나단의 삶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시오. (600자 정도)

 

[논제 2] 제시문 [나]의 밑줄 친 부분 ②가 주장하는 바를 제시문 [가], [다]의 내용을 활용해 보다 구체적으로 서술하시오. (1,200자 정도)

 
::: 출제 방향과 범위
 

출제유형 : 자료제시 논술형

◎ 개요
- 시험시간: 150 분
- 출제문항수: 2 문항
- 분 량: 1,800자정도
(문항 1) : 600자 정도
(문항 2) : 1,200자 정도

◎ 출제방향(취지) 및 범위

1) 출제의 기본 취지

본 문제는 고등학교 3학년 수준에서의 이해력과 표현력, 그리고 창의력을 측정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독립적 고등 독해기에 접어든 수준에서의 ‘공적 의미의 확정 기능’과 ‘대화적 상상력’을 주로 측정하고, 나아가서 자기반성 기능과 현상과 사물에 대한 개념화 기능이 상호텍스트적으로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평가하고자 하였다. 주어진 제시문의 내용을 충실히 이해하고 자기반성적 맥락 위에서 ‘텍스트와의 대화’를 성실하게 수행할 수만 있으면 상위에 랭크될 수 있도록 평가 기준을 설정하였다. 교사 양성 대학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타자와의 조화로운 공존 위에서 여러 가지 장르와 맥락 안에서 언어 기능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언어 사용자’, 인간 조건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텍스트를 통해 계발해 낼 수 있는 ‘감식력 있는 인문주의적 지식인’으로의 성장을 격려하고 촉진하는 문제를 개발하고자 노력하였다.

 

2) 제시문 구성 원리

복수 제시문을 제공, 상호연관성을 유추토록 하고, 이해력과 창의력 측정을 위한 적절한 위계를 설정함.

* 1단계 : 코드해독(decoding) 중심 제시문. 단순 연상 기능, 선형적 유추 기능(은유법 모드)만으로 의미 구성이 가능한 내용. 외부 이미지에 대한 이해(지각작용)를 적정한 수준에서 수행할 수 있는가를 측정. 시사성 강한 텍스트 혹은 교과서 내 제재 선택.

* 2단계 : 맥락적 이해가 필요한 고등 독해 중심의 제시문. 인접성(환유법 모드)에 의한 사유의 확장을 요구하는 내용. 자기반성을 토대로 한 비판적 독해 가능성을 측정. 내부 이미지 작용의 역동성(상상작용) 여부 측정. 고전적 텍스트에서 선택.

 

3) 발제 구성 원리
맥락적 이해를 중심으로, 고도의 대화적 상상력을 요구하는 논제를 제시.

 

4) 평가 영역
통합적 문식력을 토대로 한 독자적 의미 구성 능력을 측정.

* 해설적 표현 능력 : 공적 의미의 확정을 위한 일반화된 타자(generalized other)의 준거화가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 비판 능력 : 자기반성 능력, 논거 제시 능력, 추론 능력이 탁월한가
* 창의 능력 : 관계화된 주체(투사-해설-시학)의 창발성이 존재하는가
* 전사(轉寫) 능력 : 구문 형성 능력, 문법 인지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되어 있는가

 
::: 평가기준
 

1. 제시문 설명

[제시문 가]는 철학 교재 중에서, [제시문 나]는 괴테의 소설 <친화력>을 번역한 이의 번역 후기(後記)에서, [제시문 다]는 리차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에서 부분, 혹은 요약 발췌한 내용들이다.

 

[제시문 가] : [제시문 가]는 논제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텍스트의 결속성(의미론적 응집성)이 다소 허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발화의 표층구조와 심층구조가 일종의 부정합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인용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의 주제도 그렇지만, 윌리엄 포크너의‘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역시 단순하게 ‘인간의 생각하는 힘’을 강조하고 있지만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제시문 가]의 두 인용문에서 강조하고 있는 메시지는, 인간이 지닌 ‘스스로의 한계, 혹은 허무를 극복하고자 하는 불멸의 의지’, 혹은 ‘인간만이 소지한 영혼의 힘’, ‘운명에 도전하여 승리를 쟁취하는 인간’ 등으로 파악된다.

다시 말해, [제시문 가]가 스스로 형성하고 있는 문맥(context)을 고려해 볼 때, 발화의 표층구조(구문론적 층위)에서 강조하고 있는‘인간의 생각하는 힘’은 발화의 심층구조(의미론적 층위)에서는 그에 걸맞은 주제적 위치를 점하지 못하고, 앞서 열거한 ‘의지, 영혼, 승리’등에게 그 위치를 양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하위의 조건은 되지만, 그와 대등한 층위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다.

 

[제시문 나] : [제시문 나]는 괴테의 <친화력>이라는 소설이 ‘친화력’이라는 화학적 작용에 유추하여 새롭게 인간 관계를 해석하고, 결과적으로 인간을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였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글 중에서 뽑은 것이다. ‘비유와 유추’라는 것이 단순한 수사법 상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발견한 거의 유일무이한 ‘사고를 확장하는 방법’이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자아)과 사물(세계)이 상호 유대를 유지 존속시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매개하는‘함수적 관계’ 그 자체일 수도 있다는 괴테의 주장을 소개하고 있는 부분인데, [제시문 다]에서 제시된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의 삶’이 바로 그러한 ‘비유와 유추’의 전형이 되는 것이다.

 

[제시문 다] : <갈매기의 꿈>은 ‘운명에 도전하여 승리하는 인간의 모습’을 한 예외적 갈매기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도록 고안된 일종의 우화 소설이다. 잘 짜인 구성과 폐부를 찌르는 듯한 잠언적인 표현이 자기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고전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제시문 다]는 그 중에서도 ‘날기(飛行)’가 ‘먹기(生存)’에 우선하는 가치임을 조나단이 자신의 몸으로 실증해 보이는 장면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내가 공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를 알고 싶을 뿐’이라는 조나단의 말은 ‘존재(存在)’의 의미에 대하여 숙고해 볼 수 있도록 독자를 ‘자극’한다. 거듭 말하지만, <갈매기의 꿈>은 ‘운명(한계)을 넘어 승리하는 인간의 이야기’이다. 모든 이야기는 언제나 인간을 지향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비록 그것이 광물(鑛物)이거나 천문(天文)에 관한 것일지라도, 궁극적으로 그것들은 인간을 이야기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은 갈매기의 몸짓으로, 자기 한계를 돌파하려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전하는 메타포이다. 출제자는 이 이야기가 [제시문 가, 나]와 어우러질 때, 인생의 도전기에 있는 청년기 수험생들의 상상력 속에서 인문주의적 층위의 제3의 맥락이 형성될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인간에게 운명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존재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삶이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등의 존재론적 물음에서부터 <어떤 삶이 가치 있는 것인가?>, <장차 어떤 진로를 택할 것인가?>, <부와 명예를 쫒을 것인가, 삶의 만족을 택할 것인가?> 등의 가치관과 관련된 물음, 그리고 <유추와 비유, 혹은 문학적 양식의 효용성>과 같은 인식론적 사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파장을 일으킬 제재라고 판단하였다. 특히 수험생들과 ‘갈매기, 조다난 리빙스턴’은 다 같이 ‘길 없는 길을 찾아 도전에 나선 존재’라는 점에서 긴밀한 서사적 공감대 혹은 유대감을 형성할 것이라는 점을 기대하였다.

 

2. 문항(논제) 분석

첫 번째 논제는 [제시문 가]를 비판적으로 읽기를 요구한다. 저자의 주장이 인용된 텍스트의 주장과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윌리엄 포크너가 말한 ‘인간만의 승리’를 [제시문 다]를 활용해 구체적으로 서술해 보라는 논제이다. ‘인간만의 승리’는 제시문 설명에서 밝혔듯이, 인간이 지닌 ‘스스로의 한계, 혹은 허무를 극복하고자 하는 불멸의 의지’, 혹은 ‘인간만이 소지한 영혼의 힘’, ‘운명에 도전하여 승리를 쟁취하는 인간’ 등이 그 핵심적인 내포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한 점을 토대로 [제시문 다]를 분석해 필요한 내용을 차용하려면 대체로 다음의 3가지 국면을 총체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첫째는 문제적 인물인 조나단 리빙스턴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해이다. 조나단은 갈매기이면서 갈매기 이상의 자기상(自己像)을 지닌 존재이다. 그는 그냥 존재하기를 원하는 자가 아니라 ‘승리하기’를 원하는 자이다. 일상적 갈매기로서의 존재는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되지 못한다. 새는 사지(四肢)로 기는 육지 동물이나 물 속에서 헤엄치며 안주하는 물고기가 아니라 날개를 달고 허공을 솟아오르는 자이므로 ‘새는 날기 위해 존재한다’라고 그는 생각한다. 이 비유적 모티프는 ‘인간은 동물이지만 동물 이상의 존재이므로 그 이상의 존재양태를 가져야 한다’라는 명제를 대변한다. 조나단은 그러므로 ‘진정 인간다운 인간’이라는 문맥적 내포를 지닌다.


둘째는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일이 무엇이냐에 대한 이해이다. 인생의 목표는 유형적인 것과 무형적인 것이 있다. 크고 아름답고 무겁고 빛나는 것이 되려고 하면 그런 것들을 많이 보고 자라야 할 것이고, 깊고 아늑하고 그윽하고 따뜻한 것이 되려고 하면 그런 것들을 많이 느끼며 자라야 할 것이다. 조나단은 ‘높든 낮든 빠르게 날기’를 꿈꾼다. 그것은 그의 몸으로 실천하고 느껴야 하는 과제이다. 그 목표는 생각이 아니라 실천으로 그 스스로 자신의 삶을 최대한 ‘느끼고자 하는 노력’을 격려하고 촉진시킨다.

 

셋째는 ‘먹는 것’으로 표상된 ‘세속적 이해(利害)’ 내지는 ‘순응적 삶의 태도’에 대한 이해이다. 청소년기 자아는 두 가지 모순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여야 한다. 하나는 ‘인내하라’는 요구이고, 다른 하나는 ‘도전하라’는 요구이다. 스승이나 부모나 제도를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가는 아이들은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자칫 부적응아가 되면 평생을 시련과 고통 속에서 살아야 될 지도 모른다. ‘인내하라, 그렇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다’라는 엄포는 이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그 엄포 속에서 청소년들은 ‘다른 갈매기처럼’처럼 본능에 충실하며 ‘문제 없는 인간’으로 살아야 한다. 공존을 위하여 세속적 이해에 적당히 타협하여야 된다는 것도 터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론 ‘도전하라’는 요구도 만만치 않게 주어진다. 현실에 안주하면 어떠한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은 ‘못 이룬 자는 꿈이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가르친다. 조나단은 그러한 ‘도전’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갈매기의 꿈>은 진정한 고전(古典)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이 고전적인 텍스트가 강조하고 있는, ‘나는 일 그 자체’에 집착하는 한 어린 갈매기의 에피소드가 ‘가치 있는 일에 몰두하는 태도’라는 인간사에 대한 한 범박한 유추로 이해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 이상의 그 무엇에 도전하는 ‘승리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읽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이 사회가 요구하는 ‘도전’의 진정한 의미가 해명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과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인간만의 승리’가 무엇을 지칭하는지에 대하여 서술하면 첫 번째 논제가 요구하는 답안을 작성할 수가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논제는 [제시문 나]에 있는 “②유추의 대상은 억지를 부리려 하지도 않고 무엇을 증명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다른 대상과 서로 맞은편에 세워지는 것이다. 유추란 무엇을 제시하기보다는 오히려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훌륭한 사교 모임과도 같은 것이다.” 라는 부분에서 저자(괴테)가 주장하는 바를 [제시문 가, 다]의 내용을 활용해 구체적으로 서술해 보라는 것이다.

 

먼저, 논제에서 제시한 명제의 뜻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괴테가 [제시문 나]에서 ‘유추, 혹은 비유’에 부여하는 의미는 이를테면 ‘비유는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만나서 그 양자를 뛰어넘는 생산적인 의미 영역을 새롭게 창출해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창출된 ‘새로운 의미 영역’은 그 자체로 우리의 인생 영역을 확장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제시문 가]의 <노인과 바다>나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은 인간의 ‘생각하는 힘’의 위대성을 증거하기 위한 하나의 ‘유추의 대상’으로 선택된 제재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인용 주체의 의도를 넘어선 자기들만의 고유한 의미영역을 지니고 있는 것들이었다. 그 점을 저자가 알고 썼는지 모르고 썼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그 인용문들이 ‘유추의 대상’으로 선택되었을 때, 독자들은 새로운 ‘자극’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므로, 그와 같은 명제의 의미를 토대로 논제를 분석해 보면, [제시문 가, 다]에 나타난 ‘유추의 대상’들을 보고, 억지스럽게 개념화된 주장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마주서서 자극을 선사하는’ 대목들을 골라 ‘비유 혹은 유추’의 의의를 설명하라는 것이 된다.

<노인과 바다>는 한 늙은 어부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살아 있는 인간 모두에게 적용되는 ‘존재론’이라는 것, 인간이 문학을 하고 예술을 한다는 것은 ‘승리하기 위해서’라는 것, 조나단 리빙스턴의 비행 연습 역시 그러한 ‘승리하는 인간’을 그리고 있는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고, [제시문 다]의 내용을 간추려 그러한 ‘유추’의 과정이 한 인간의 ‘존재론적 변환과정’에 깊이 관여한다는 것을 예시하면 될 것이다. ‘갈매기 조나단’이 비행(飛行)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여러 가지 정보는 그것이 ‘삶의 이치’와 상통(相通)하는 유추적 맥락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를‘서사적 가치’가 뛰어난 서사물로 만드는 주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이야기들이 유추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인간 이해’를 크게 돕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주관을 통해 객관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주관과 객관에 내재하는 ‘미지의 법칙성’을 연결해 주는 것이 곧 유추를 바탕으로 한 비유이다. 유추는 두 영역을 일차원적으로 결합시키거나 억지로 그것들 사이의 동일성을 증명해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한 관점에서 <예시>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 그리고 싱싱한 태양이 조용한 바다에 금빛으로 번쩍였다.

* 오늘도 또 이리하여 살기 위한 부산한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소란을 외면하고,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은 혼자 어선에서도 기슭에서도 멀리 떨어져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공중 약 30미터의 높이에서 그는 물갈퀴 달린 두 발을 아래로 내린다. 그리고 부리를 쳐들고 양쪽 날개를 비틀 듯이 구부린 괴롭고 힘든 자세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 날개의 커브가 급하면 급할수록 저속으로 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 그는 볼을 스치는 바람 소리가 속삭이듯이 낮아지고, 발밑에서 바다가 잔잔하게 누워있는 듯이 보이는 극한점까지 속도를 줄여간다.

* 그리하여 그는 또 다시 중심을 잃고 바다에 떨어졌다. 아무래도 조나단은 보통 새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은 난다는 행위를 지극히 간단하게 생각하여, 그 이상의 것을 굳이 배우려 하지 않았다. 즉 어떻게 해서 기슭에서 먹이가 있는 데까지 날아가 또 돌아오는가, 그것만 알면 충분한 것이다. 모든 갈매기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나는 일이 아니라 먹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별난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먹는 일보다도 나는 일 그 자체였다.

* 조나단은 다시금 갈매기 떼를 떠났다. 혼자서 바다 멀리 나가 굶주리면서도 행복한 마음으로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 당면한 과제는 스피드였다. 1주일 남짓한 연습으로 그는 세계에서 제일 빠른 갈매기보다도 스피드에 관해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이상의 예시문에서 적절한 부분들을 발췌하여 ‘갈매기의 의지와 노력’이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유추되는 과정에 대해 서술하면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인간의 언어활동은 은유법 모드와 환유법 모드를 근간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나 문학적 표현이 구체성을 띤 형상화로 감동의 폭과 깊이를 확대 심화시킨다는 점 등을 덧붙여도 좋을 것이다. 마지막에는 다시 한 번 주지를 반복한다.

이를테면, “유추에 대한 이와 같은 괴테의 설명을 따른다면, 자연법칙과 인간의 사회적 관계, 자연과학과 문학의 유추 관계란 그것들 사이의 일차원적 상응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영역에 대해 사고의 ‘자극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서로 ‘마주 세워진’ 관계인 것이다. <갈매기의 꿈>에 나타난 ‘갈매기 조나단’의 자아실현 과정은 그렇게 ‘마주 세워진’ 하나의 ‘자극’으로 독자들에게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나단의 자아실현 과정’은 결국 우리 모두의 자아실현 과정일 수밖에 없다.” 정도면 무난할 것이다.

 

3. 평가(채점) 요소

총점 : 100점(40+60)

[논제 1]

총점 : 40점

필수 채점 요소 : 조나단은 갈매기이면서 갈매기 이상을 꿈꾼다(갈매기 이상의 자기상(自己像)을 지닌 존재이다). 그는 그냥 존재하기를 원하는 자가 아니라(먹고 사는 일에 충실하기 보다는) ‘승리하기’를 원하는 자이다. 일상적 갈매기로서의 존재는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되지 못한다. 새는 (사지(四肢)로 기는 육지 동물이나 물 속에서 헤엄치며 안주하는 물고기가 아니라 날개를 달고) 허공을 솟아오르는 자이므로 ‘새는 날기 위해 존재한다’라고 그는 생각한다. 이 비유는 ‘인간은 동물이지만 동물 이상의 존재이므로 그 이상의 능력(존재양태)을 가져야 한다’라는 뜻을 지닌다(명제를 대변한다). 조나단은 그러므로 ‘진정 인간다운 인간’이라는 뜻이다(내포를 지닌다).

선택 채점 요소 : ‘생각하는 힘’과 ‘승리하는 인간’의 관계. 생각하는 갈매기 조나단 등. (가채점 후 선택 채점 요소 조율)

채점 기준 :
- 필수 요소 충족도 : 상(36-40), 중(31-35), 하(26-30), 논지 이탈(25점 이하)
- 선택 요소 충족도 : 창의성, 논지전개 탁월(2-3점 가산)

 

[논제 2]

총점 : 60점

필수 채점 요소

序 : 조나단’은 자아실현을 위하여 여러 가지 시련과 역경을 겪었다.(예시) 윌리엄 포크너가 말했던 것처럼 그는 ‘생존만을 아는’ 동물, 갈매기로 태어났지만 ‘먹고 사는 일’에만 얽매여 살아야 하는 못난 삶이 싫어 ‘나는 일 그 자체’에 몰두한다. 생각하는 갈매기 조나단이 된 것이다.(예시)

本: ‘조나단의 삶’은 동물의 삶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 방식’이다. 그것도 ‘보통 인간’이 아니라 ‘운명의 한계에 도전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인다. ‘조나단’은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는 도전으로 진정한 자아실현에 도달하였다. (예시)

그러한 조나단의 모습이 가슴에 와닿는 것은 그가 보여주고 있는 ‘갈매기의 삶의 양식’이 지닌 진정성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예시) 그것이 바로 ‘유추의 대상’이 우리의 상상력에 호소하는 힘의 실체일 것이다.(문학적 상상력의 힘) 자아실현이라는 것은 그냥 기다려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노력만이 진정한 자아를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인내나 기다림, 혹은 견디는 것도 자아실현의 중요한 과정이다.)(자아 실현이 완수된 각 제시문의 결구 부분 예시)

結: 유추에 대한 이와 같은 괴테의 설명을 따른다면, 자연법칙과 인간의 사회적 관계, 자연과학과 문학의 유추 관계란 그것들 사이의 일차원적 상응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영역에 대해 사고의 ‘자극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서로 ‘마주 세워진’ 관계인 것이다. <갈매기의 꿈>에 나타난 ‘갈매기 조나단’의 자아실현 과정은 그렇게 ‘마주 세워진’ 하나의 ‘자극’으로 독자들에게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나단의 자아실현 과정’은 결국 우리 모두의 자아실현 과정일 수밖에 없다.

선택 채점 요소 : 은유법 모드, 환유법 모드 등 (가채점 후 조율)

채점 기준 :

- 필수 요소 충족도 : 상(56-60), 중(51-55), 하(46-50), 논지 이탈(45점 이하)
- 선택 요소 충족도 : 창의성, 논지전개 탁월(2-3점 가산)

 
::: 답안예시
 

[논제 1]

윌리엄 포크너가 말한 ‘인간만의 승리’는 인간이 지닌 ‘스스로의 한계, 혹은 허무를 극복하고자 하는 불멸의 의지’, 혹은 ‘인간만이 소지한 영혼의 힘’, ‘운명에 도전하여 승리를 쟁취하는 인간’ 등이 그 핵심적인 내포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한 점을 토대로 [제시문 다]를 분석하면 다음의 3가지 국면이 그가 말하고자 했던 내용임이 드러난다.

첫째는 문제적 인물인 조나단 리빙스턴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해이다. 조나단은 갈매기이면서 갈매기 이상의 자기상(自己像)을 지닌 존재이다. 그는 그냥 존재하기를 원하는 자가 아니라 ‘승리하기’를 원하는 자이다. 일상적 갈매기로서의 존재는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되지 못한다. 새는 사지(四肢)로 기는 육지 동물이나 물 속에서 헤엄치며 안주하는 물고기가 아니라 날개를 달고 허공을 솟아오르는 자이므로 ‘새는 날기 위해 존재한다’라고 그는 생각한다. 이 비유적 모티프는 ‘인간은 동물이지만 동물 이상의 존재이므로 그 이상의 존재양태를 가져야 한다’라는 명제를 대변한다. 조나단은 그러므로 ‘진정 인간다운 인간’이라는 문맥적 내포를 지닌다.
둘째는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일이 무엇이냐에 대한 이해이다. 인생의 목표는 유형적인 것과 무형적인 것이 있다. 크고 아름답고 무겁고 빛나는 것이 되려고 하면 그런 것들을 많이 보고 자라야 할 것이고, 깊고 아늑하고 그윽하고 따뜻한 것이 되려고 하면 그런 것들을 많이 느끼며 자라야 할 것이다. 조나단은 ‘높든 낮든 빠르게 날기’를 꿈꾼다. 그것은 그의 몸으로 실천하고 느껴야 하는 과제이다. 그 목표는 생각이 아니라 실천으로 그 스스로 자신의 삶을 최대한 ‘느끼고자 하는 노력’을 격려하고 촉진시킨다.

셋째는 ‘먹는 것’으로 표상된 ‘세속적 이해(利害)’ 내지는 ‘순응적 삶의 태도’에 대한 이해이다. 청소년기 자아는 두 가지 모순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여야 한다. 하나는 ‘인내하라’는 요구이고, 다른 하나는 ‘도전하라’는 요구이다. 스승이나 부모나 제도를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가는 아이들은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자칫 부적응아가 되면 평생을 시련과 고통 속에서 살아야 될 지도 모른다. ‘인내하라, 그렇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다’라는 엄포는 이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그 엄포 속에서 청소년들은 ‘다른 갈매기처럼’처럼 본능에 충실하며 ‘문제 없는 인간’으로 살아야 한다. 공존을 위하여 세속적 이해에 적당히 타협하여야 된다는 것도 터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론 ‘도전하라’는 요구도 만만치 않게 주어진다. 현실에 안주하면 어떠한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은 ‘못 이룬 자는 꿈이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가르친다. 조나단은 그러한 ‘도전’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갈매기의 꿈>은 진정한 고전(古典)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이 고전적인 텍스트가 강조하고 있는, ‘나는 일 그 자체’에 집착하는 한 어린 갈매기의 에피소드가 ‘가치 있는 일에 몰두하는 태도’라는 인간사에 대한 한 범박한 유추로 이해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 이상의 그 무엇에 도전하는 ‘승리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읽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이 사회가 요구하는 ‘도전’의 진정한 의미가 해명될 수 있을 것이다.

[논제 2]

序 : 먼저, 논제에서 제시한 명제의 뜻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괴테가 [제시문 나]에서 ‘유추, 혹은 비유’에 부여하는 의미는 이를테면 ‘비유는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만나서 그 양자를 뛰어넘는 생산적인 의미 영역을 새롭게 창출해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창출된 ‘새로운 의미 영역’은 그 자체로 우리의 인생 영역을 확장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제시문 가]의 <노인과 바다>나 윌리엄 포크너의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은 인간의 ‘생각하는 힘’의 위대성을 증거하기 위한 하나의 ‘유추의 대상’으로 선택된 제재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인용 주체의 의도를 넘어선 자기들만의 고유한 의미영역을 지니고 있는 것들이었다. 그 점을 저자가 알고 썼는지 모르고 썼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그 인용문들이 ‘유추의 대상’으로 선택되었을 때, 독자들은 새로운 ‘자극’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本 : <노인과 바다>는 한 늙은 어부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살아 있는 인간 모두에게 적용되는 ‘존재론’이다. 인간이 문학을 하고 예술을 한다는 것은 ‘승리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헤밍웨이는 강조한다. 조나단 리빙스턴의 비행 연습 역시 그러한 ‘승리하는 인간’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갈매기 조나단’이 비행(飛行)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여러 가지 정보는 그것이 ‘삶의 이치’와 상통(相通)하는 유추적 맥락을 형성하고 있는 점에서 서사적 가치를 높게 부여받을 수 있다. 유추적 맥락이 이 이야기를‘서사적 가치’가 뛰어난 서사물로 만드는 주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이야기들이 유추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인간 이해’를 크게 돕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주관을 통해 객관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주관과 객관에 내재하는 ‘미지의 법칙성’을 연결해 주는 것이 곧 유추를 바탕으로 한 비유이다. 유추는 두 영역을 일차원적으로 결합시키거나 억지로 그것들 사이의 동일성을 증명해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다음의 문장들이 바로 그 예가 된다.

* 오늘도 또 이리하여 살기 위한 부산한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소란을 외면하고,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은 혼자 어선에서도 기슭에서도 멀리 떨어져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공중 약 30미터의 높이에서 그는 물갈퀴 달린 두 발을 아래로 내린다. 그리고 부리를 쳐들고 양쪽 날개를 비틀 듯이 구부린 괴롭고 힘든 자세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 날개의 커브가 급하면 급할수록 저속으로 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 그는 볼을 스치는 바람 소리가 속삭이듯이 낮아지고, 발밑에서 바다가 잔잔하게 누워있는 듯이 보이는 극한점까지 속도를 줄여간다.

* 그리하여 그는 또 다시 중심을 잃고 바다에 떨어졌다. 아무래도 조나단은 보통 새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은 난다는 행위를 지극히 간단하게 생각하여, 그 이상의 것을 굳이 배우려 하지 않았다. 즉 어떻게 해서 기슭에서 먹이가 있는 데까지 날아가 또 돌아오는가, 그것만 알면 충분한 것이다. 모든 갈매기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나는 일이 아니라 먹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별난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먹는 일보다도 나는 일 그 자체였다.

이상의 예시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갈매기의 의지와 노력’이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유추되는 과정은 보조관념의 구체적이고 세밀한 행위와 사고를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인간의 언어활동은 은유법 모드와 환유법 모드를 근간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그러한 비유적 표현이 구체성을 띤 형상화로 감동의 폭과 깊이를 확대 심화시킨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結 : 유추에 대한 괴테의 설명을 따른다면, 자연법칙과 인간의 사회적 관계, 자연과학과 문학의 유추 관계란 그것들 사이의 일차원적 상응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영역에 대해 사고의 ‘자극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서로 ‘마주 세워진’ 관계이다. <갈매기의 꿈>에 나타난 ‘갈매기 조나단’의 자아실현 과정은 그렇게 ‘마주 세워진’ 하나의 ‘자극’으로 독자들에게 제시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조나단의 자아실현 과정’은 결국 우리 모두의 자아실현 과정일 수밖에 없는 것이며, 동시에 그것의 가치에 대한 공동의 확신을 공유하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