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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네가, 네가 바로
김주혜
콸콸콸 쏟아져 나와야 詩지, 열세 달 진통 끝에 하나 둘,
피묻혀 내놓은 게 무슨 詩겠어, 비 한 번 맞아본 적 없고
대숲에 지나는 바람소리, 산 중 폭포소리에 몸 한 번 적
신 일도 없이 쓴 詩가 그게 시겠어. 걸핏하면 상사병 들
어 펄펄 끓는 몸으로 방바닥을 설기설기 기어다니고 생
으로 아프게 긴 밤을 보내고 나면, 머리 가슴 배 할 것 없
이 온통 글자로 뒤엉켜 꽁꽁 묶여버리기 일쑤이니, 너, 침
목 속에 흐르는 초록 물아, 흙 속에 꼼짝 않고 굳은 살 고
집하는 뿌리야. 오구구 모여 있는 섬들아 오, 네가 네가
바로 詩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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