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 11

존재의 여백

존재의 여백: 종이에 대한 성찰ㅡ조광호신부종이는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의 존재 방식은 기이하게도 자기 소거를 통해 완성된다. 종이는 스스로를 은폐함으로써 타자의 존재를 드러내게 하는 역설적 존재자이다. 그 위에 펼쳐지는 무수한 서사들—사랑의 고백, 미움의 선언, 용서의 간청—은 모두 종이라는 매개체의 투명성에 의존한다. 종이가 자신을 주장하는 순간, 그 위에 새겨진 의미들은 색바래진다. 종이는 완전한 타자에 대한 환대의 공간이다. 그것은 어떤 내용도 거부하지 않으며,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는다. 전쟁의 명령과 평화의 노래를 동등하게 품는 이 무차별적 수용성은,시간의 누적된 흔적들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그러나 종이의 시간성은 과거를 단순히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적 의미로 재생산해낸다.종이 위의 글쓰..

스토리1 2025.05.27

이팝나무 그늘 아래

내가 사랑하는 나무 때죽나무! 장자호수에서 단 한 그루다. 이 나무가 시름시름 앓고 있어 가슴이 탔었다. 쓰다듬으며 살아야 한다고 위로해 주며 기다린 보람이 있어 올해는 이처럼 새가지를 뻗어 방울방울 봉오리를 맺고 있구나 이제 샹들리에 처럼 꽃등불을 켤 날을 희망하며 기쁜 마음으로 셔터를 누르고 돌아섰다. 내 척추관 협착도 이 때죽나무처럼 새로운 기운으로 통증에서 벗어나길 빌면서수련 연못에 핀 꽃창포가 노랗게 파랗게 피어 연못을 장식하고 있다. 곧 수련도 옹기종기 울긋불긋 꽃을 피울 날을 기대하면서...!돌아오는 길은 다리가 아파와서 여러 번 의자 신세를 질 수밖에...덕분에 이런 아름다운 풍경도 담을 수 있었지유채꽃밭이다. 올해는 자그마한 품종을 심었나보다 키가 크면 쓰러지고 사람들이 들어가 사진 찍..

포토 2025.05.12

까치가 범인

어느날 창밖에 새소리가 유난히 시끄럽기에 먹이(귀리)를 실외기 위에 뿌려 놓았다. 다음날 아침 실외기 위를 보니 놓아둔 모이가 다 없어졌다. 바람에 날라갔나? 의심하면서도 혹시나 지빠꾸리나 뱁새, 까마귀 들이 와서 먹었을지 몰라 반가운 마음에 근 한 달 넘게 실외기 위에 뿌려주면서 어느 새가 와서 먹었나 살폈으나 유난했던 새소리도 들리지 않았건만 번번히 모이는 다 없어졌다. 바람에 실려나갔으면 한두 개라도 남았을 텐데 한 개도 남아있지 않으니 분면 새의 짓이려니 하고 허실삼아 매일 모이를 놓아주었다. 언젠간 내 눈에 띄겠지 하면서....그런데 오늘 아침이었다. 창밖에 새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서 부리나케 창문가를 살피니 글쎄 까치 한 마리가 두리번두리번 두려운 몸짓으로 모이를 황급히 쪼아먹고 있는..

포토 2025.05.11

친구를 워해/ 이순아

친구를 위해 이 순 아내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음성을 듣고 싶어도 참고만나고 싶어도 참는다짝사랑은 아닐것이다어느 누가 눈길 한번 안 준 사람을 사랑하겠는가!그래도 슬픈 신비가 아픈 가슴을 에워싼다로렌 헤리스 작품에 그리움의 시 한편 실어 괌람객 없는 시화전을 열어하늘에 계신 그분께 초대장을 보냈다곧 하늘에서 답이 왔다.그의 그림과 같은 시를 쓰라고,나도 그분과 함께 거닐며하늘의 신비 캐내어그의 그림과 같은 시를 쓰고 싶을 때가 있다영혼의 속삭임으로 만나는 친구를 위해.위 시는 친우이자 교우이자 사우인, 이순아도미니카님이 내게 보낸 카톡 문구다.다리가 아파서 외출을 못하고 지내는 지가 반 년을 넘기고 있어 현충원 벚꽃 필 때 님의 ..

나의 이야기 2025.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