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할미꽃

주혜1 2005. 5. 14. 09:40

     아버지별. 8  -할미꽃

 

                         김주혜

 

아버지는 내가 갈 때마다 늘 새로운 걸 보여 주신다.

싸리나무 한 그루를 키우시어 마당을 쓸 때마다

생각나게 하시고, 청띠 신선나비와 사슴벌레 한 쌍은

멋진 박제로 남아 간간이 산속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하늘 닿을 듯 높은 산을 올려다보며 나는 올해는

어떤 걸로 나를 반기시려나 철없는 아이처럼 칭얼대며

아버지 집앞에 다다르니 키 작은 상수리나무 열매가

제 먼저 알아보고 숨바꼭질 하잰다. 못 보던 야생화는

짙은 화장을 하고 헤프게 웃고 있다. '아버지는-?'

가늘게 눈 흘길 때 '옛다.'하며 발밑에 던져주시는 꽃을 보고

나는 왈칵 눈물이 솟았다. 보송송한 수염 속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자줏빛 할미꽃. 아버지는

나를 기다리시느라 목이 아프신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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