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별. 8 -할미꽃
김주혜
아버지는 내가 갈 때마다 늘 새로운 걸 보여 주신다. 싸리나무 한 그루를 키우시어 마당을 쓸 때마다 생각나게 하시고, 청띠 신선나비와 사슴벌레 한 쌍은 멋진 박제로 남아 간간이 산속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하늘 닿을 듯 높은 산을 올려다보며 나는 올해는 어떤 걸로 나를 반기시려나 철없는 아이처럼 칭얼대며 아버지 집앞에 다다르니 키 작은 상수리나무 열매가 제 먼저 알아보고 숨바꼭질 하잰다. 못 보던 야생화는 짙은 화장을 하고 헤프게 웃고 있다. '아버지는-?' 가늘게 눈 흘길 때 '옛다.'하며 발밑에 던져주시는 꽃을 보고 나는 왈칵 눈물이 솟았다. 보송송한 수염 속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자줏빛 할미꽃. 아버지는 나를 기다리시느라 목이 아프신 모양이었다. |
'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작시 발표 / 미네르바 (0) | 2005.08.08 |
---|---|
[스크랩] 선인장사랑 (0) | 2005.07.10 |
어린왕자 (0) | 2005.06.22 |
가벼운 산책길 (0) | 2005.06.01 |
[스크랩] 얼굴- 조각 (0) | 2005.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