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혜 시평

첫눈 내리는 날/ 유수화시인

주혜1 2015. 5. 8. 18:33

첫눈 내리는 날

 

                          김주혜

 

창밖에 흰 날개 펼치며 사락사락 손짓하는 천사들에게 인사를 건네면 내 기억은

유년시절 초등학교 담장 너머 주교동 우리 집 골목으로 날아간다. 참 이상한 일이

야.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레고 내 몸에선 파릇파릇 풋내가 솟아나니. 내게도 꼬

부라진할머니 등 떠밀어 눈사람 만들던 유년이 있었던가. 돌아오지 않을 시간 저

너머의 이름이여. 나와 놀던 천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얀 뼛가루의 흔적만 남

기고 사라진 할머니는 내 기억 속에 얼마나 더 머물 수 있을까. 참 이상한 일이야.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면 왜 눈송이들이 슬픔처럼 쏟아져 내릴까. 기억 저 편의 이

름들 하나 둘 꽃으로 피어 쌓이는데.

 

시인의 시간은 참 자유롭다. 시인은 손짓 하나로도 초침과 분침을 마음껏 되돌려 시인이 원하는 시간 앞에 오게 한다. 시인이 불러온 시인의 시간들은 자연적 시간에서 때때로 시인의 기억에 남은 또렷한 공간에서 멈춘다.

제시된 [첫눈 내리는 날]에서 시인 김주혜는 기억의 시간들을 하나씩 모아 본다. 유년의 담장, 골목, 할머니. 눈사람들을 불러본다. 사물과 공간의 정령들을 불러주는 매개체가 된 '첫눈'에서 시인이 시간들은 '그리움'이란 푯말을 달고 있다.

'그리움'은 공존하는 시간들이 아니다. 불러 줘야만 다가오는 시간들. 서로 다른 공간 속에 존재하는 시간이다. 현실 속 '첫눈 내리는 날'이 다시 자연적 시간으로 소멸되듯이 '그리움'의 공간 속에 있는 시인의 시간은 슬픔으로 형성된다.

즉 소멸된 자연적 시간은 그리움이란 이름을 달고 시인의 시간에서 시인의 슬픈 감성을 중심으로 멈추고 잇다.

독자는 이 시에서 시인의 감성이 독자의 심성 안으로 눈 녹듯 스며드는 감동을 얻는다. 독자의 팍팍한 현실에 치유책이 되는 시를 찾고자 한다면 인간에의 근원적 정서를 노래한 이 시를 권하고 싶다.

히스테리적인 경쟁에서 첫눈이 오는 순간을 떠올려 보자. 첫눈을 바라보던 처음의 떨림이 있던 순간을 생각해 보자 시인이 불러주는 시인의 시간에서 그 시간들이 독자들 앞에 기적 같이 서 있을 것이다. 이 시를 읊조리다 보면 독자의 그리운 시간들이 하나 둘 꽃으로 피어날 거라 믿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