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선인장사랑 선인장사랑 선인장사랑 김주혜 말라버렸다. 혈관 속을 흐르는 붉은피톨의 따뜻함도 동공속을 떠다니던 시린 얼굴도, 가슴을 흝어내리던 얼음 조각들도 모두 사막의 모래가루에 뒤덮여 버렸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리라 다짐했건만 어쩌자고 제 몸속의 물방울들을 죄다 쏟아주고 .. 나의 시 2005.07.10
어린왕자 어린 왕자 바람은 그림쟁이다. 투명한 그림쟁이다. 보려고 할수록 꽁꽁 숨어 버리는 그의 그림은 눈을 감으면 확실해진다. 바람이 가리키는 대로 나무는 이파리가 되고 꽃은 나비가 된다. 하늘로 올라가면 사자가 되고 물 속에 가라앉으면 독수리 다리를 가진 물고기가 된다. 이것저것 섞어놓고 희희.. 나의 시 2005.06.22
가벼운 산책길 가벼운 산책길 -故 이창화시인에게 이제 널 놓아줄게 너를 둘러싼 사각의 벽, 굳게 닫힌 문 혈관을 들쑤셔대던 바늘 끝에서 이제 널 놓여나게 해줄게 참기 힘든 외로움의 끝에서도 놔줄게 네가 끝내 놓지 못한 시어들의 그물도 거두어줄게 너는 수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리는 예수님의 손에서 낚시의 찌.. 나의 시 2005.06.01
[스크랩] 얼굴- 조각 얼굴 -조각 주혜 돌덩이 하나를 주웠다 흙속에 박혀 거칠고, 주름진,초라한 돌덩이었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불이었다가, 불꽃이었다가, 이내 스러져 구멍 뚫린 차가운 돌덩이로 앉아있다 운명선 밖으로 튀어나온 불필요한 부분을 떼어낸다 쿨럭하며 그가 받은 몫의 어둠이 돌아눕는다 강이 .. 나의 시 2005.05.27
할미꽃 아버지별. 8 -할미꽃 김주혜 아버지는 내가 갈 때마다 늘 새로운 걸 보여 주신다. 싸리나무 한 그루를 키우시어 마당을 쓸 때마다 생각나게 하시고, 청띠 신선나비와 사슴벌레 한 쌍은 멋진 박제로 남아 간간이 산속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하늘 닿을 듯 높은 산을 올려다보며 나는 올해.. 나의 시 200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