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신두리 해변 신두리 해변 김주혜 잠이 오지 않는 날은 달이 먼저 떠오른다. 키다리 적송이 휘청 다가와 깊이 잠들어 있는 기억 속의 너를 끄집어내어 가슴을 통째로 흔들며 바다로 내던진다. 차마 용기가 없어 따라가지 못하는 나는 모래바닥에 이름 석 자 써놓고 심장에 박힌 너를 꺼내 달빛에 씻어 모래밭에 말린.. 나의 시 2006.11.20
[스크랩] 누구라도 내 이름을 불러 주세요 누구라도 내 이름을 불러 주세요 김주혜 가을, 하늘, 햇빛, 열매......, 이 모든 것을 입 안 가득 넣고 있으려니 등뒤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이 아까운 것들 한꺼번에 삼킬 수도 없고 뱉을 수도 없어, 우물거리며 고개만 설레설레 저었다. 귀뚜라미 한 마리가 투명한 껍질을 벗으며 내 발바닥을 간.. 나의 시 2006.11.20
[스크랩] 선이 있는 그림 선이 있는 그림 김주혜 백지 위에 무심코 선을 그었다. 그냥 그리다 보니 나무가 되었고 나무를 그리다 보니 그 아래 시냇물이 흘러야 했다. 그 물속에 자갈이 있어야 했으며 자갈 틈새로 피라미들이 놀아야 했다. 물굽이를 끼고 돌아 금간 돌틈에서 아이들이 공기놀이를 하고 있었다. 조막손이 손등을.. 나의 시 2006.11.20
[스크랩] 새벽강/ 장자못 새벽강 새벽강에는 잠들지 못한 철새가 있다 종종거리는 물옥잠이 단장을 하고 스크렁 풀이 거칠게 몸 흔들면 다리 긴 왜가리가 먹이를 노리고 아침을 연다 지루하지 않은 삶이 얼마나 되겠는가 나는 물 앞에 서서 지나온 시간을 들여다본다 기나긴 기다림으로 일그러진 낯선 얼굴 밀어내고 물고기가.. 나의 시 2006.11.09
[스크랩] 기다림의 시 『기다림의 시 』 김주혜 내 안의 동굴을 들여다 보기로 했다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던 힘은 붉은 빛으로 강이 되어 흐르고 흐르는 곳마다 어둠을 깔았다 돌이 된 생명 하나 돌꽃으로 피어 거꾸로 자라고 발밑에 무수히 깔린 진주는 잠자는 미녀가 먹다 버린 계란석과 함께 이제는 이름 없는 화석이 되.. 나의 시 2006.10.29
[스크랩] 일몰. 10 (Boccherini_Cello_Concerto) 일몰.10 그가 떠나던 날 그칠 줄 모르고 내리던 비는 내가 잠든 사이 출렁거리는 물결로 나를 안아주고 잠에서 깨기 전에 사라져버렸다 맞은 편 산이 다가왔다 멀어지다가 기어이 빙빙 돈다 헝클어지는 머리카락, 짓뭉개지는 하늘 그의 입김으로 피고 그의 손끝으로 지던 날들을 손가락 끝에 모아 나는.. 나의 시 2005.10.29
일몰. 3 일몰ㆍ3 내 마지막 말이 ‘매화에 물주라’ 처럼 신선한 당부라면 얼마나 좋으랴. 안개가 자욱한 날이나 아카시아 꽃내음이 풀풀 날리는 날 기억해 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얼마나 풍요로우랴 가슴이 미어질 듯이 보고파지면 아련히 아파오는 기억의 끝을 붙잡고 단장의 슬픔을 넘은 둥근 무덤 속 .. 나의 시 2005.09.26
매생이를 아시나요? 매생이를 아시나요? 김주혜 가을 여행길, 대보름달이 뜨면 몸이 뜨거워진다고 했더니 송진근 시인이 화들짝 놀라며 매생이국 같은 여자란다. 펄펄 끓는 국물에 매생이를 넣으면 퐁퐁퐁 뿜어져 나오던 뜨거운 열기가 사라지고 금세 새치름한 진초록빛 바다가 차갑게 펼쳐진단다. 그 냉랭.. 나의 시 2005.09.20
동침 동 침 한여름, 햇볕에 바싹 달군 홑이불을 덮었다. 태양의 맨살이 나를 받아 안는다. 달큰한 살내음, 태양의 흑점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간 다. 계란 노른자위처럼 말랑한 그곳으로 기분 좋게 눈을 감으며 내 알몸을 맡긴다. 풀먹인 햇살이 까칠까칠 가슴께를 더듬는다. 봉싯 솟아오른 봉우리. 서서히 온.. 나의 시 2005.09.15
아버지별.6-꽃눈 아버지별.6 -꽃눈 아버지는 온 몸의 피를 다 쏟으시려나 보다. 유리병 속의 노란 수액들이 방울방울 눈물을 흘리는 동안 나는 웃고 있었다. 어떻게 살 수 있겠니. 괜찮아요. 나쁜 피는 다 쏟아야 한대요. 순하게도 내 말을 믿으시는 아버지의 위 속으로 얼음물을 연신 넣으며 출혈이 멈추기를 기다린 나.. 나의 시 200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