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별.5-살잽이꽃 아버지별.5 -살잽이꾳 그는 평생을 소리소리 지르며 살아왔다. 쇠똥 밭에 모로 서서 살잽이꽃 한 장 한 장 발뒤꿈치 밑에 깔고 결발부부 십수년에 앞산 첩첩, 취산 첩첩, 주름살 첩첩, 장지문에 들기름 쩔 듯 목구멍에 배인 육자배기, 칵, 가래 올리는 일갈로 시작한다. 휘머리, 자진머리, 시원시.. 나의 시 2005.08.31
아버지별.4-목각인형 내 아버지는 늘 그녀와 함께 있었다. 그녀와 관계를 가지면서 자연적인 그녀의 얼굴에 점령되어 아버지 자신도 그녀를 닮아가고 있었다. 내 어머니는 비처럼 밤을 향해 꽂혀 그 공허함을 달래었다. 그러나 나는 그녀와 함께 있는 아버지가 보기 좋았다. 그럴 때 아버지는 낯선 사람 같았으나 그 얼굴에.. 나의 시 2005.08.31
아버지별.3-북 아버지별.3 -북 매일 낮 밤 북을 친다. 후줄근히 땀에 젖어 손가락 사이마다 북채를 끼고 북을 두드린다. 그러나 북은 무덤처럼 조용하다 아버지가 떠난 후부터 북은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았다. 북이 불러들이던 온 산하, 소나무의 향기, 불타는 바위 산의 환희, 온몸이 따로 노는 듯한 그 황홀함의 노.. 나의 시 2005.08.31
아버지별.2- 기도 아버지별.2 -기도 내가 당신의 옷자락을 놓을라치면 당신이시여 내 손 잡아주소서 그 손 마다 하오면 내 손목 움켜잡으소서 그것마저 뿌리치면 내 겨드랑이 껴안으소서 그래도 앙탈을 부리거든 당신이시여, 내 몸 전체를 포옹하소서 나, 당신의 목 끌어안고 볼 부비오리다. 주여 ! 나의 시 2005.08.27
아버지별.1 -물 아버지별.1 -물 저승밥 한 술 떠 굳은 입속으로 털어 넣으며 눈감기고 귀 막고 나무못 쾅쾅 치고 징소리로 떠나보낸 별 오늘도 나는 그 별의 그림자를 찾아 떠난다 초록빛 갈기 날리며 작은 이슬처럼 찰캉찰캉 풋울음 울고 있는 별 저 익숙하고 투명한 기억의 별이 천 개의 눈을 가진 아르쿠스로 자리바.. 나의 시 2005.08.25
[스크랩] 醉 醉 - 김주혜 와인을 따라보면 안다. 만남이 얼마나 설레는지. 물방울 같은 잔에 은밀한 색으로 떨어지는 매혹을 보면 안다. 입맞춤이 얼마나 달콤한지. 그라스에 찰랑이며 하늘거리는 酒平線을 보면 안다. 주고받는 눈길이 얼마나 아득한지. 쟁그랑 부딪쳐보면 안다. 이름을 불러주는 너의 음성이 얼마.. 나의 시 2005.08.20
[스크랩] 사과바다 사과바다 네가 얼굴부터 붉히는 이유가 뭐야 하늘이 푸르고 태양이 빛나는 것이 반쯤은 너 때문일 수도 있겠지 가끔 마른번개 꽂힐 때 탱탱하게 물 오른 두 볼에 든 모든 추억들을 더 이상 가둬둘 수 없음도 알아 네가 푸른 옷을 입고 창밖에 서 있을 때 네게선 이미 파도소리가 났어 지치고 파리해 보.. 나의 시 2005.08.09
매실주 매실주 열어볼 시기를 넘긴 매실주 항아리를 열었다 울컥, 거품 같은 기억들이 뿌글뿌글 올라와 눈앞을 흐린다. 이 설움 저 설움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간 밖으로 흘러넘치는 끈적끈적한 흔적들 한때는 알알이 기쁨이었던 아픔들이 햇살도 꺾인 비좁은 형틀에 갇혀 거역할 수 없는 공간으로 밀려나는 .. 나의 시 2005.08.08
최근 발표작/ 미네를바 선인장사랑 말라버렸다. 혈관 속을 흐르는 붉은피톨의 따뜻함도, 동공 속을 떠다니던 시린 얼굴도, 가슴 속을 훑어 내리던 얼음조각들도 모두 사막의 모래가루에 뒤덮여버렸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리라 다짐을 했건만, 제 몸속의 물방울들은 죄다 쏟아놓고 어쩌자고 사막에 누워 하늘에 삿대질만 .. 나의 시 2005.08.08
신작시 발표 / 미네르바 일몰.10 그가 떠나던 날 그칠 줄 모르고 내리던 비는 내가 잠든 사이 출렁거리는 물결로 나를 안아주고 잠에서 깨기 전에 사라져버렸다 맞은 편 산이 다가왔다 멀어지다가 기어이 빙빙 돈다. 헝클어지는 머리카락, 짓뭉개지는 하늘 그의 입김으로 피고 그의 손끝으로 지던 날들을 손가락 끝에 모아 나.. 나의 시 2005.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