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문득 ... 이미산 청소기의 소음에서 따르릉 따르릉 쏟아지는 수돗물에서 딩동딩동 스위치를 끄면 침묵뿐인데 누가 자꾸 나를 부르나 생각에 잠긴 빛살 좋은 오후, 처음과 끝이 만나고 있다, 소음이 고요로, 고요가 소음으로 언젠가 내 몸을 떠나간 목소리인가 수없이 발설한 호흡인가 빛으로 소리로 몸.. 좋은 시 2008.11.19
[스크랩] 그렇더라도 할일은 하라 테레사 수녀 (1910 - 1997) 사람들은 불합리하고 비논리적이며 자기 중심적이다. 그렇더라도 그들을 사랑하라 . 만일 그대가 좋은 일을 하면, 사람들은 그대에게 숨은 동기가 있을 것이라고 비난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좋은 일을 하라 . 만일 그대가 성공하면, 그대는 거짓된 친구들과 많은 적들을 얻게 될.. 좋은 시 2008.06.28
바늘구멍 속의 낙타/ 고형렬 바늘구멍 속의 낙타 나는 지금 바늘구멍 속을 지나가고 있다 지겨운 머리통은 겨우 빠져나왔는데 어깨가 통 빠지지 않는다 이렇게 쌍봉낙타는 바늘구멍 속에 걸려 있다 지독한 비극은 해학이 되고 말았다 이 바늘은 이번에 운이 좋지 않은 것 같다 내 운명처럼 내 몸을 통과시키지 못할 것 같다 나는 .. 좋은 시 2008.04.22
다시 남자를 위하여/문정희 다시 남자를 위하여 / 문정희 요새는 왜 사나이를 만나기가 힘들지 싱싱하게 몸부림치는 가물치 처럼 온 몸을 던져오는 거대한 파도를 몰래 숨어 해치우는 누우렇고 나약한 잡것들 뿐 눈에 띌까, 어슬렁거리는 초라한 잡종들 뿐 눈부신 야생마는 만나기가 어렵지 여권 운동가들이 저지른 일 중에가장 .. 좋은 시 2008.04.18
봄날 오후/ 김여정 봄날 오후 김여정 머릿결 고운 햇살이 벗은 나무 잔가지를 간지럽히고 잔가지들은 간신히 터져나오는 웃음을 깨물어 삼키며 연두빛 입김을 내뿜는 3월 중순의 오후 나는 서투른 붓끝으로 목련 꽃봉오리를 그린다 봄의 감성에 개칠을 하며 번지는 먹물 속에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의 강물에 기원의 목.. 좋은 시 2008.04.05
[스크랩] [뼈의 노래/문정희] 뼈의 노래 짧은 것도 빠른 것도 아니었어 저 산과 저 강이 여전히 저기 놓여 있잖아 그 무엇에도 진실로 운명을 걸어보지 못한 것이 슬플 뿐 나 아무것도 아니어도 좋아 냇물에 손이나 좀 담가보다 멈춰 섰던 일 맨발 벗고 풍덩 빠지지 못하고 불같은 소멸을 동경이나 했던 일 그것이 슬프고 부끄러울 .. 좋은 시 2008.03.29
[스크랩] 한권의 시집 / 오마르 카얌 A Book of Verse / Omar Khayyam 한권의 시집 / 오마르 카얌 A book of verse, underneath the bough, 나무 그늘 아래 한 권의 시집과 A jug of wine, a loaf of bread - and thou 한 잔의 포도주, 한 덩어리의 빵 -- 그리고 그대가 Beside me singing in the wilderness - 나의 곁에서 노래 불러주고 있다면 Ah, wilderness were paradise enow! 아, 황야라 한들.. 좋은 시 2008.03.26
{시} 꽃과 딸에 관한 위험한 독법- 김륭 꽃과 딸에 관한 위험한 독법 그러니까, 나는 딸에게 꽃을 선물한 적이 없다 아파트 베란다 마른 빨래처럼 널린 여자들에게 꽃을 안기고 물을 주었지만 쑥쑥 키 자라고 젖무덤 솟아오르는 딸에겐 그저 엉덩이나 두들겨주고 발갛게 달아오른 볼에 입을 맞춰주었을 뿐 딸을 꽃으로 읽었다 그러니까, 나는.. 좋은 시 2008.03.20
퇴계 이황의 매화시 두 편 퇴계 이황의 매화시 두편 樹庭梅雪滿枝(일수정매설만지) 뜰앞에 매화나무 가지 가득 눈꽃 피니 風塵湖海夢差池(풍진호해몽차지) 풍진의 세상살이 꿈마저 어지럽네 玉堂坐對春宵月(옥당좌대춘소월) 옥당에 홀로 앉아 봄밤의 달을 보며 鴻雁聲中有所思(홍안성중유소사) 기러기 슬피 울 제 생각마다 산.. 좋은 시 2008.03.20
새봄에는 산에 오르십시오 새봄에는 산에 오르십시오 새로운 기운이 온몸에 느껴질 것입니다 새봄에는 들로 나가십시오 움터 오르는 새싹을 보고 생명의 경이를 느끼실 것입니다 새봄에는 물가에 앉아 보십시오 반짝이는 은빛 물결을 따라 마음도 반짝일 것입니다 새봄에는 아침을 더 빨리 맞으십시오 아침의 설레임 속에서 .. 좋은 시 2008.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