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295

은행나무 아래 비닐하우스 그 집

은행나무 아래 비닐하우스 그 집 김주혜 개발제한지구 비닐하우스 혼자 사는 마리아 할머니는 자유당 시절 이야기만 꺼내면 신이 난다. 토평동 벌말에 들어온 지 40여년 자식 하나 낳아보지 못했으나 영감님과 함께 심은 은행나무는 해마다 잉태하여 지천에 깔린 자식들로 다복하다. 당대 최고 정치인들과 교류하고 장안에 손꼽히는 멋쟁이 영감님과 고대광실에 스란치마 끌며 명동을 누볐으니 지금의 비닐하우스 집은 남은 생의 덤 매주 수요일이면 할머니의 꼬부라진 허리도 펴지고 꺼져가는 목소리도 힘을 얻는다 행여 잊혀질까 두려워 꽁꽁 싸매둔 지난세월 풍성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면 방문객인 나와 함께 장막을 젖히고 허리 굽혀 들어온 햇살과 내게 들려보낼 까만 비닐봉지 안 은행알과 은달래, 비단냉이들도 귀 쫑긋하는 사랑과 평화..

나의 시 2015.06.19

세상은 아직 살아볼 만하다

" 세상은 아직 살아볼 만하다 김주혜 숲속 시인학교 전주 답사를 마치고 논산에 들렀지요 윤문자시인이 팔짝팔짝 뛰며 반겨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지요. 이 별 저 별 번갈아가며 정분을 나누다 해걸이까지 하는 엉덩이 커다란 항아리며 바다에서 온 돌 관객 하늘까지 부풀어오른 못자리의 초록빛 아우성은 또 어떻구요 서둘러 그녀는 잔을 준비했고 넘치도록 축배를 부었지요 거실 안이 술 향내로 술렁거렸고 냉수보다 시원한 개구리 합창을 들으며 오랜만에 행복했지요. 키 작은 땅땅한 갯바위가 갯내를 풍기지만 않았어도 베란다에 쏟아지는 초록 들판만 아니었어도 윤시인이 안겨주는 춘란만 아니었어도 세상에 일단 휴직계를 내려고 했는데.....! "

나의 시 2015.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