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스트레스 stress 스트레스 김주혜 섬진강산 물고기 한 마리를 욕조에 풀어놓았다 놈은 낚시바늘을 입에 껒고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튕겨져 나온 회색빛 눈망울을 굴리며 부르튼 입술로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놈은 함성을 지르고 싶은 것을 참고 있음이 분명했다 비틀거리면서도 내 손을 거칠게 뿌리.. 나의 시 2006.12.01
[스크랩] 아버지별.2 -기도 아버지별.2 -기도 김주혜 내가 당신의 옷자락을 놓을라치면 당신이시여 내 손 잡아주소서 그 손 마다 하오면 내 손목 움켜잡으소서 그것마저 뿌리치면 내 겨드랑이 껴안으소서 그래도 앙탈을 부리거든 당신이시여, 내 몸 전체를 포옹하소서 나, 당신의 목 끌어안고 볼 부비오리다. 주여! 나의 시 2006.12.01
[스크랩] 눈보라 눈보라 눈꽃나라에 가 보셨나요? 아무도 갈 수 없는 먼 그곳 열십자 가지 가지마다 피어난 꽃 꽃들은 한결같이 가슴에 숨겨놓은 사랑 한 웅큼씩 안고 숨가빠하고 있네요 간간이 후두둑하고 눈덩이 떨어지는 소리가 가슴을 철렁이게 하는, 내 사랑도 눈보라였구나 눈보라 온몸으로 맞으며 걷는 장자못.. 나의 시 2006.12.01
[스크랩] 열매 *果實* 主惠 夏が行く 雨水に搖れる枝 枝の先に空が集まる 空は翼を付け 久しい沈默で待っている 鐘になりたかった 地の奧深く散った 隱された火種の物語 根を振り拂い 瞳の黑い目差しが粒每に刻まれた 音を出さない樂器になる 觸れる度にたくしこむ枝をまといあげ 腰の曲がる枝の間に 流れ.. 나의 시 2006.12.01
[스크랩] 가을, 사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가을, 사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김주혜 탐스럽게 가슴을 연, 그 희디흰 젖줄을 빨아올린 대지에 광채처럼 종소리가 쏟아진다 초록과 황금의 불꽃이 하늘을 밀어올린다 땅과 하늘 사이, 그 투명함 속에서 나는 웬지 자꾸 허기가 졌다. 목이 말랐다. 목마른 사과나무가 되어 그늘진 빛 사이 바람의 숨.. 나의 시 2006.12.01
[스크랩] 母性/ 거미 너무 아름답다 못해 세상에서 가장 슬프다는 비탈리 - 샤콘느 G Minor (Vitali- Chaconne)를 장영주 의 연주로 듣습니다. 母性 거미는 보석처럼 빛나는 알을 낳는다. 제 몸을 파먹을 새끼들을 위해 마지막 남은 실을 바람에 날린다 실줄을 타고 떠나는 거미새끼들 거미다리가 빈 껍데기에 매달려 말라가고 있.. 나의 시 2006.12.01
[스크랩] 醉 醉 - 김주혜 와인을 따라보면 안다. 만남이 얼마나 설레는지. 물방울 같은 잔에 은밀한 색으로 떨어지는 매혹을 보면 안다. 입맞춤이 얼마나 달콤한지. 그라스에 찰랑이며 하늘거리는 酒平線을 보면 안다. 주고받는 눈길이 얼마나 아득한지. 쟁그랑 부딪쳐보면 안다. 이름을 불러주는 너의 음성이 얼마.. 나의 시 2006.12.01
[스크랩] 때때로 산이 되어 때때로 산이 되어 김주혜 그 겨울, 나는 얼어붙은 물줄기였다 짙은 초록빛으로 테를 두르고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봉우리로 우뚝 솟아 눈구름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고지의 빛나는 태양으로, 바람으로, 때로는 엄청난 눈사태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그는 하늘에 뜬 눈부신 나의 성이었다 때때로 그는 내.. 나의 시 2006.12.01
억장憶丈 億丈억장 김주혜 10년 동안 자리 잡힐 대로 잡힌 봉분을 파헤치기로 했다. 背山臨水 左靑龍 右白虎 누가 봐도 명당자리에 아버지집을 짓고,잊을 만하면 술 석 잔 뿌리고 효녀인 양 살다가. 죽을 듯이 삶에 지칠 즈음 아무래도 이 팔자가 꼬인 것은 명당값도 못하는 조상탓인 것 같아 아버.. 나의 시 2006.11.24
부활復活 復活부활 부활성야미사 시간, 앞좌석에 앉은 깡마른 노인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싯누렇게 바랜 성서를 침 묻혀가며 넘기는 그의 모습이 성요셉 같다. 이제 곧 손에서 놓아야 될 손때 묻은 대패를 사랑스레 보듬듯 껍질만 남은 그의 앙상한 손가락마디가 꺼칠꺼칠한 보푸라기를 다 제거한 십자 나무와.. 나의 시 2006.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