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갑사 일출(日出) -갑사 비도 하 와 싼는 날 갑사를 찾았지 그러니까 그 때가 집 뛰쳐나온 날이라 맴이 짜안 했었지 임신한 소가 빠져죽었다던 전설의 그 계곡에 들어섰을 때 마주보던 산이 뽀개지는 소리와 함께 황토빛 핏물이 콸콸콸 쏟아지는 게 아닌가 빠진 암소의 양수가 터진 것 같았어 물에 퉁퉁 부은 .. 나의 시 2006.11.24
아버지별.19 -집으로 집으로 아까부터 할머니께서 부르신다. 꼼짝 않고 책만 판다. 창밖은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사과 궤짝 위 삼국지마저 오들오들 떨고 있다. 며칠 전부터 뱃속에 넣은 거라곤 멀건 흰죽뿐이다. 오늘은 그 흰죽조차도 없다. 배고플 텐데 뭐라도 먹어야 공부가 되지. 할머니의 해소기침 소리가 더 크게 들.. 나의 시 2006.11.24
눈물(La grima) 눈물(la grima) 우리가 와인잔을 부딪칠 때 당신은 와인밖에 보지 못하지만, 나는 그 너머까지 봅니다. 당신의 눈 속에 든 나를 보고 내 눈동자에 고인 눈물을 봅니다. 포도가 열린 나무를 보고, 그 나무가 맞아야 하는 비바람을 봅니다. 그 열매를 딴 손,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다른 대륙으로 가야 할 철.. 나의 시 2006.11.24
지구의 날 세미나 地球の日のセミナ- 地球の日のセミナ- 金主惠김주혜 例えば 私たちが飛行船に乘って火星に行くとしましょう.その派手やかな外出に 火星人達が飛行皿を出動させ 蜂群れのようにレ-ザ-光線を擊てばひどい夢にな りますね.地球に現れた宇宙人が 跡だけ殘して 姿を隱した理由もここにあるで しょう.宇宙人.. 나의 시 2006.11.24
때때로 산이 되어 時おり山になって 時おり山になって 金主惠 その冬, 私は凍て付いた水筋であった 濃い綠色の緣取りで彼に近寄った 彼は峰としてそそり立ち 雪雲を覆い被さっていた 高地の輝く日で, 風で, 時たま おびただしい雪なだれで私を呼んでいた 彼は空に浮かんだ目映い私の城だった たまに彼は 私の幻想の中に入って そ.. 나의 시 2006.11.24
아버지별.18 -뿌리 아버지별.18 -뿌리 쓰러질 것 같다 저 산이, 나무가, 매캐한 현기증에 이마를 동여매고 알콜보다 독한 빗물에 벌겋게 달아오른 저 볼이 안쓰럽다 숨바꼭질하던 산새들도 질겁을 하고 떠난 산등성이 물이 좋으면 계곡을 파헤치고 돌이 좋으면 통째로 들어가버린 저 산이, 나무가 쓰러질 듯 기울고 있다 .. 나의 시 2006.11.24
아버지별.17- 흑백필름 아버지별.17 -흑백필름 프레임 안으로 노인 하나 걸어온다 반쯤 걷어 올린 모시 적삼 사이로 나무들이 거꾸로 서서 시들어 가는 노인의 허리를 받쳐 주고 있다 아무도 찾지 않는 허름한 고옥 노인이 도투마리에 모시를 감는다 삼백예순 날 돌고 돌던 말뚝에 육백사십 올 눈썹끈 매달고 찰캉찰캉 속울음.. 나의 시 2006.11.24
아버지별. 16 -산철쭉 아버지별.16 -산철쭉 김주혜 삼촌이 돌아가신 후 작은 집엔 사고가 자주 터졌다.큰오빠는 한쪽 눈이 멀었고 가운데는 손가락을 잘렸고 막내는 홀연히 집을 나갔다. 숙모는 물기 빠진 무말랭이처럼 새들새들 삭아가고 있었다. 무덤을 파야 혀. 사람들은 수군댔다. 벌써 재가 되었을 사람이 무신 해코지.. 나의 시 2006.11.24
아버지별.15- 사슴풍뎅이 아버지별.15 -사슴풍뎅이 광릉 숲속에서 사슴풍뎅이를 보았다. 투명한 밤색 뿔 이 마치 뱃머리처럼 휘어졌고, 찌르찌륵 짝짓기를 하다 뿔을 들어 허공을 바라보는 그 눈이 오래비를 닮아 있 었다. 불쌍한 오래비. 물대접에 젓가락을 담고 노 젓는 시늉을 즐겨 했다던 신동 오래비를 잃고, 어머니는 나 팔.. 나의 시 2006.11.24
아버지별.14-굴뚝새 아버지별. 14 - 굴뚝새 초하루 보름이면 할머니는 정한수 떠놓고 치성을 드 리셨습니다. 가족들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고하는 자근 자근한 할머니 음성과 사악사악 손바닥 비비는 소리가 장독대에 햇살처럼 쩔어 있을 때 나는 눈을 떳습니다. 짐승보다 못한,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들, 그저‥‥‥ 나 뭇.. 나의 시 2006.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