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날 세미나 지구의 날 세미나 예를 들면 우리가 비행선을 타고 화성으로 간다고 합시다. 그 화려한 외출에 화성인들이 비행접시를 출동시켜 벌떼처럼 레이저 공선을 쏘아댄다면 끔찍한 꿈이 되겠지요. 지구에 나타난 외계인이 흔적만 남기고 모습을 감춘 이유도 여기 있을 겝니다. 외계인은 언제난 적이에요. 지.. 나의 시 2007.04.26
측백나무와 별과 시 측백나무와 별과 길* 서둘지 않고 떠나온 그 길에서 나는 잠시 눈을 감았어 아주 작은 흔들림으로 일어나 걸었어. 걸으면서 강하게 내려쪼이는 싱싱한 자연과 만나고 싶었어 빈센트 반 고흐를.. 해바라기처럼 빛나는 그의 눈동자를 모든 갈증과 귀가 아프게 싸우는 그의 노여움을 이글이글 끓는 하늘이.. 나의 시 2007.04.26
내 작은 씨앗을 개미에게 주며 내 작은 씨앗을 개미에게 주며 깊은 밤, 밤바람을 맞고 있는 풀이나 꽃, 개미들이 말을 한다면, 나무의 등걸이나 잎진 가지들이 말을 한다면, 유백색 은은한 백자 항아리가 말을 한다면. 나의 시 2007.04.26
스트레스 스트레스 섬진강산 물고기 한 마리를 욕조에 풀어놓았다 놈은 낚시바늘을 입에 꽂고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튕겨져나온 회색빛 눈망울을 굴리며 부르튼 입술로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놈은 함성을 지르고 싶은 것을 참고 있음이 분명했다 비틀거리면서도 내 손을 거칠게 뿌리치는 것만 봐도 .. 나의 시 2007.04.26
거래- 씨저스 팔레스 호텔 去 來 - 씨저스 팔레스호텔 해가 지지 않는 라스베가스, 당신은 박카스와 세기말에 대해 침묵하고 있습니다. 밖에서는 화산이 폭발하고, 도둑의 무리들이 호시탐탐 동전을 집어삼키고 있으나 씨저스, 당신은 탐욕의 얼굴로 광란의 인간들을 향해 웃으며 술잔을 들어 보이고 있군요. 여신들이 술을 따르.. 나의 시 2007.04.26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싶을 때는 시계를 본다 지금, 내 시계는 태엽이 풀려있다. 아니, 스스로를 거부하고 있다 두 개의 바늘은 비뚤어진 소리를 내며 서로 맞물려 있다 그것은 금빛의 벌처럼 몸을 떨며 아직 다하지 못한 말을 중얼거리고 있다 조용해라, 삐죽거리는 입을 틀어막고 천천히 시간의 옷을 벗겨내고 땀내나고, 얼룩진 그 속웃부터 털어.. 나의 시 2007.04.26
날개를 단 새는 자유롭다 날개를 단 새는 자유롭다 오늘 아침 나의 새는 싸늘한 가슴으로 내게 왔네 홰에서 홰로 옮아 다니는 즐거움은 그의 것 날개에 묻어나는 외로움도 그의 전부 수없이 머리를 조아리는 긴 기도도 단 하나 그가 비켜설 수 있는 아늑한 둥지 속도 그의 텅 빈 울음소리를 채울 수는 없었지 내가 주는 모이를 .. 나의 시 2007.04.26
묵상 참깨를 볶는데 초인종소리가 길게 들렸다. 현관을 열어보니 보따리를 머리에 인 할머니 한 분이 다리를 쩔뚝이며 들어선다. 보따리를 내려놓자마자 신세한탄부터 늘어놓는다.시집간 딸네 집에 왔는데 손자녀석 과자라도 사주려고...중언부언. 들어보나마나 뻔한 거짓말. 한두 번 속은 내가 아니다. 안 .. 나의 시 2007.04.26
오팔 두엄 냄새 코를 찌르고 어디선가 황소울음 소리가 들리는 듯한 밭둑을 주렁주렁 장신구를 달고 덕지덕지 분칠을 한 내가 봄 햇살 좋은 밭두렁을 지나며 코를 움켜쥔다. 내 몸 구석구석엔 썩지 못한 것들로 가득차 입을 열 때마다 칼이 되어 파랗게 날 세우고 달려나오는가 하면 정신 못 차리게 독한 냄.. 나의 시 2007.04.26
낱말찾기 낱말찾기.2 벌써 여러 날째 바다 속에 빠진 나를 찾고 있습니다 바다 속에도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립니다. 떨어진 꿈조각이 굳어진 몸으로 엎드려 있고 단단한 껍질 사이로 입을 내민 조개는 물구나무서기를 하며 벌을 받고 있습니다. 모래속에 박혀 일생을 보내는 가아든 이일의 기다림 속에 투명한 몸.. 나의 시 2007.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