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신문 아침 신문 김주혜 아침에 눈 뜨면 신문 보기가 겁이 난다. 연평도 앞바다가 놀란 가슴을 달래기도 전에 먼 바다에선 애꿎은 갈매기가 가슴을 다치고 잠잠하던 산이 분노하고 대지가 갈라진다 해치가, 스핑크스가 눈 부릅뜨고 지켜도 조류독감이니 미세먼지니 프로포폴이니 듣도 보도 못.. 신작시 2013.12.07
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김주혜 600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왕오천축국전 유리상자 안, 땀에 쩐 옷자락 30cm를 만나고 온 날 꿈길에서 혜초의 바튼 기침소리를 들었다 바람에게 기러기에게 흰구름에게 고국소식 그리며 돌고 돌아 이제야 소원을 풀었건만 단돈 은전 오백 냥에 간직해온 프.. 신작시 2013.12.07
꽃은 영원히 자신의 비밀을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꽃은 영원히 자신의 비밀을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김주혜 15년만에 개방된 제주도 돈내코 숲에는 야생버섯이 수두룩 살고 있다 학회에도 알려지지 않은 희귀버섯들이 축포를 터뜨리며 모락모락 포자를 날리며 깜쪽같이 살고 있는 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말똥버섯, 솔방.. 신작시 2013.04.27
대나무 곁에만 가면 비가 내린다 대나무 곁에만 가면 비가 내린다 김 주 혜 죽순이 솟아나오는 천둥소리 들린다. 사북 탄광 막장에서 떨어지는 천 년의 물방울을 맞으며 휘파람을 불어주던 내 첫사랑 죽순 밭에서 처음 만나 죽순처럼 불쑥 사랑을 고백하더니 검은 진주 마을의 전설과 함께 떠난 다시는 휘파람소리 들을 .. 신작시 2012.10.14
고사목 고사목 김주혜 나무도 가슴 아픈 말에 슬퍼서 죽는다 세상에서 가장 흔한 사랑이라는 말 한 마디 전하지도 못했는데 캄캄한 어둠속에 갇혀 움틀 줄 모르는 나무 어머니가 나를 떠났을 때 나의 일부도 내게서 떠나버렸다 한생을 옹이진 자식 걱정으로 건너온 길 그 수많은 길들이 산맥을 .. 신작시 2012.09.06
오래 된 흔적 오래된 흔적 김주혜 파도가 없는 바다가 어찌 노래를 부르랴 레코드판에 바늘을 올려놓고 홈을 타고 흐르는 파도를 읽는다 몸부림이 심한 파도일수록 모래사장에 남긴 고운 곡선에 비해 오래된 바늘의 발자국이 끄집어내는 오래된 결들은 울음처럼 들린다 -위 워 월칭 투게더 조리로 쌀.. 신작시 2012.06.03
수리산 변산바람꽃을 아시나요 수리산 변산바람꽃을 아시나요 김주혜 바람꽃을 아시나요? 찬바람이 불어야 피는 꽃 수리산 계곡에 눈꽃이 사라지고 겨우내 감싸주던 바위가 눈물을 흘리면 땅에 코를 박고 봐야만 하는 눈물처럼 애처로운 꽃 목을 길게 늘여도 닿지 않는 그리움의 결정체 그 가녀린 숨결 끝에 하늘색 술.. 신작시 2012.05.09
선문답禪問答 그림. 박항률의 새벽 선문답禪問答 김 주 혜 어느 날, 잠자리는 다섯 살 꼬마에게 꽁지가 잘린 채 어릴 때 떠난 물가로 돌아왔습니다. 빛을 향해 힘차게 날갯짓하던 투명한 날개는 찢겨져 그늘져 내리고, 늘어진 머리에 달린 커다란 눈망울은 그렁그렁 젖어있습니다. 빠른 비행술.. 신작시 2012.01.18
꽃은 영원히 자신의 비밀을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꽃은 영원히 자신의 비밀을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김주혜 15년만에 개방된 제주도 돈내코 숲에는 야생버섯이 수두룩 살고 있다 학회에도 알려지지 않은 희귀버섯들이 축포를 터뜨리며 모락모락 포자를 날리며 깜쪽같이 살고 있는 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말똥버섯, 솔방울털버섯, 꼬.. 신작시 2010.12.24
노안당老安堂 노안당老安堂 -김주혜 늙은 거미가 빛과 어둠을 뽑아낸다 빛은 둥치를 타고 내려가 깊이 뿌리박은 흙살을 깨우고 어둠은 어둠을 타고 올라와 찰랑한 실가지를 끌어안는다 화살나무 가지에 내린 겨울 햇살 제 살 찢어 발밑에 툭툭 떨구고 실가지에 앉은 벌새의 무게로 허공은 다시 숨을 쉬고 그 숨결의.. 신작시 2010.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