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그림찾기 -이인원
숨은 그림 찾기 이인원 먼 산으로 서 있는 꼬깔모자 하나 판자 울타리가 된 연필 한 자루는 아까부터 술래에게서 해방되어 저들끼리 재미나게 속닥거리는데 밭이랑 사이에 엎드린 악어, 이제 그만 숨은 곳에서 나와야 할 지, 깜깜한 구석에 혼자 남겨진 장갑 한 짝 어깨를 더 동그랗게 옹송그리고 싫증이 나면 슬그머니 머리카락 한 올 정도는 내보일 수 있게 적당히 숨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지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치맛자락을 꾸기다 쪼그리고 앉은, 그 계집아인 지금 어디에 이젠 잔주름 사이로 감쪽같이 숨어든 머리카락 한 올 영락없이 집어내고 마는, 남에게 그냥 내보이긴 좀 뭣 한 그것들, 푸른 배추이파리 사이에 꼭꼭 덮어 둔 어떤 술래도 찾지 못하고 돌아가고 나면 지친 그것들, 노란 고갱이 속에 웅크린 채 그만 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