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산에게, 저 소나무에게. 저 산에게, 저 소나무에게 김주혜 이별은 항아리 속에 조용히 숨는 일인가 탈골된 육신에서 혼 빠져나가는 소리 시름일랑 잠시 허공에 풀어놓고 억새처럼 가벼워진 어머니 보이지 않네 늘 한발자국 늦은 약속을 하던 내가 저 산에게, 저 소나무에게 흰옷 입고 나서 다시 다짐을 한다 엄마처럼 살지 않.. 나의 시 2008.07.11
아름다운 이름 아름다운 이름 김주혜 지금까지 나는 너무 많이 보고 너무 많이 느끼고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름다운 이름이여 잊을 수 있는 기슭이 되어주오. 오로지 내 생의 전부인 어머니 부조처럼 굳어있는 시간 기다림은 더욱 아닌 아름다운 휴식, 아득한 침묵. 나의 시 2008.06.29
달맞이꽃 달맞이꽃 김주혜 보름달이 뜨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정작 보름달이 떠오르면 서성이다 놓쳐버린 사람, 보름달이 스러질 때 지구 반대편으로 사라진 사람. 자작나무 숲보다 깊은 가슴을 가진 사람.해바라기 긴 그림자보다 더 외로운 사람. 어둠 속에 갇힌 나에게 심보르스카의 시.. 나의 시 2008.06.06
풀꽃의 잠 풀꽃의 잠 김주혜 다가갈수록 아득해지는 초록의 벽이에요 내 눈이 온통 초록빛이에요 부르면, 초록 너머 저 편에서 황금색 등을 켠 빛의 조각들이] 푸른 하늘을 받아 쪼개지고 있어요 파랗고 조그만 알갱이들은 조금씩 온도를 높이며 위로 떠올랐어요 발밑에선 세찬 물기둥이 즐거운 목소리로 흐르.. 나의 시 2008.04.11
새 세상 여시고 편히 쉬소서 새 세상 여시고 편히 쉬소서 -이상현 교장선생님 정년퇴임에 바쳐 지난가을, 감이 빨갛게 익어갈 무렵, “예쁘게 바라만 봐 주세요.” 감나무 가지에 편지를 매달았습니다. 그 편지를 읽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사랑의 종소리가 댕댕댕 울려 퍼졌습니다. 아름다운 그 마음, 그 손길로 나무를 가꾸고, 꽃.. 나의 시 2008.03.28
영광의 종 영광의 종 -이병일 교장선생님 정년퇴임에 부쳐 무릇, 사람을 소중히 여겨 외로운 꽃다발 모둥이에 걸어두고 어두운 밤길 홀로 걸어야 했습니다. 어리고 시린 조그마한 가슴들 젖어있는 눈동자들 차가운 바람에 떠는 가슴들에게 햇살처럼 다가가 고운 흙 고르며 꽃씨를 뿌려야했습니다. 때로는 비바.. 나의 시 2008.03.28
물거품 물거품 이사라 계곡에 앉아 무심히 눈길을 주면 작지만 단단한 인연에 걸려 넘어지는 물의 줄기를 본다. 물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나오는 것이리라 아주 죽기도 힘들고 살아나오기는 더 힘든 사람들 물거품처럼 온 몸이 부서져 돌아온다. 오늘도 물거품 속에서 한 아이가 운다 길 없는 길이 아팠다고 .. 나의 시 2008.03.26
봄을 위한 교향시 봄을 위한 교향시 이제는 고개 숙여 맞이할 때다. 발돋음하여 다가오는 아침 희미하나 느낄 수 있는 거리 그 만큼의 자리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 낮은 목소리로 멀수록 반짝이는 눈빛으로 다가오고 있다. 마른 먼지 날리는 나의 뜰에 뿌리들이 빨아올리는 물소리 꽃망울이 터지는 소리 소리만큼 젖어드.. 나의 시 2008.03.25
박모薄慕 薄暮박모 김주혜 내 가슴 속에 살아있는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나무가 입을 열고 나무가 몸을 열어 내 몸의 독소를 빨아먹으면 나는 해독된 채 나무의 입에 나무의 가슴에 수런수런 움을 틔운다. 한 열정적인 나무를 내 안에 들여앉히고 나는 벙어리 사랑을 시작한다. 눈멀고 귀먹어도 나는 상관.. 나의 시 2008.03.19
[스크랩] 측백나무와 별과 길 -측백나무와 별과 길 김주혜 서둘지 않고 떠나온 그 길에서 나는 잠시 눈을 감았어 아주 작은 흔들림으로 일어나 걸었어, 걸으면서 강하게 내려 쪼이는 싱싱한 별들과 만나고 싶었어 빈센트 반 고흐를... 해바라기처럼 빛나는 그의 눈동자를 모든 갈증과 귀가 아프게 싸우는 그의 노여움을 이글이글 끓.. 나의 시 2008.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