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 찾기.2 벌써 여러 날째 바다속에 빠진 낱말을 찾고 있습니다. 바다속에도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립니다. 떨어진 꿈조각이 굳어진 몸으로 엎드려 있고, 단단한 껍질 사이로 입을 내민 조개는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습니다. 모래 속에 박혀 일생을 보내는 가아든 이일의 기다림 소겡 투명한 몸을 한 그라스켓 피.. 나의 시 2007.04.26
피리소리 속이 패이고 미디가 있는 부분들이 예리한 칼로 잘려나갔다 마디 하나 없는 텅 빈 공간으로 어둠의 혼이 지나간다 소리으 방들이 하나씩 하나씩 열리고 그곳으로 산허리를 돌아 보이지 않는 강이 흐른다 초록 물살을 안고 강변에 서있는 사람이 흔들거린다 열린 방마다 안개비가 내리고 비에 젖어 돋.. 나의 시 2007.04.26
마음 다 보내고 백지되어 앉는다 마음 다 보내고 그리고 서 있는 나 점 하나 직으면 하늘 선 하나 그으면 땅 추위 속에 얼어가고 있는 산 손 젓는 나무 빛 속에 머물 수 없어 물 건너 가는 바람 어느새 귀밑에 내리는 은비늘 한 잔의 차를 위해 정갈한물을 마련한다 내게서 떠난 마음이 내게 돌아온다 나의 시 2007.04.26
산이 황소가 되고 황소가 산이 되는 그림 허공, 그 한귀퉁이 구룸위에 그림을 그린다 붓도 잡기 전에 손끝에서 푸석푸석 먼지가 날린다 육천 마디의 뼈마디가 허물어진다 잿빛 너무들이 하늘의 늪에 빠진다. 토막토막 잘려나가는 하늘 푸른 상처는 강이 된다 한손으로 턱을 괴고 한 마리 황소를 그린다 허공을 향해 입벌려 소리지르고 있는 그.. 나의 시 2007.04.26
조각, 얼굴 수석, 얼굴 김주혜 돌덩이 하나를 주웠다 흙속에 박혀 거칠고 주름진, 초라한 돌덩이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니 불이었다, 불꽃이었다, 이내 숭숭 구멍 뚫린 차가운 돌덩이로 앉아있는 너. 운명선 밖으로 튀어나온 불필요한 부분을 떼어낸다 쿨럭하며 그가 받은 몫의 어둠이 내려앉는다 강이 흐르고, 강 한가운데 별이 뗘 그곳에서 내리는 빛, 빛, 빛 그 빛의 흐름 따라 보이지 않던 바다가 출렁인다 수평선 아래로 붉은 그림자가 떠오른다 물안개가 일고 般若반야의 노래소리가 들린다 마음이 곧 부처니, 어찌 먼곳에서 찾느뇨. 비로소 눈을 뜨는 얼굴. 나의 시 2007.04.26
유리벽 우주 유리벽 속, 작은 정원, 돌틈, 그 흙속에 개미들이 잠들어있다. 투명한 이슬을 남기며 잘 견디어낸 한 여름,암수 한몸의 달팽이가 조용히 그들을 응시하고, 어린 초록풀에 스치듯 그렇게 엎디어 있다. 흑가 백을 잘 가릴 줄 아는 그의 촉각은 부드럽다. 흙의 숨결에 살찌우며 갈증만큼 젖은채 옥심없이 .. 나의 시 2007.04.26
공안삼昧 가부좌를 하고 앉는다 눈을 반쯤 감고 입을 굳게 다문다 풍,천, 기, 식 호흡을 조절한다 늪 속 석탄층으로 가라앉는다 까맣게 탄 속이 보인다 나는 식물이고 싶다 주 변의 물기란 물기는 모두 빨아들이며 깨어나 고개 끄덕이며 웃고 있는 오직 한 사람의 눈에 띄고 싶다 부질없다면 내 안에 배젖을 키워.. 나의 시 2007.04.26
기다림의 시 내 안의 동굴을 들여다 보기로 했다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던 힘은 붉은 피를 토하며 강이 되어 흐르고 흐르는 곳마다 어둠을 갈았다 돌이 된 생명 하나 돌꽃으로 피어 거꾸로 자라고 발밑에 무수히 깔린 진주는 잠자는 미녀가 먹다버린 계란석과 함께 이제는 이름없는 화석이 되어 있다 바다를 그리며.. 나의 시 2007.04.26
세레나데 한 번도 손내밀어 잡지 못한 그대의 소매 끝에서 이슬 밎힌 밤꽃 냄새가 납니다. 가슴에 피명이 든 채로 새벽을 맞아도 나 그대 앞에 하얀 옥양목 버선발이 됩니다. 내가 그대를 찾지 않음은 내 곁에 그대가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등이 울고 있는 그대가 외롭지 않음은 내 그대를 사랑.. 나의 시 2007.04.26
선이 있는 그림 백지 위에 무심코 선을 그렸다 그냥 그리다보니 나무가 되었고' 나무를 그리다 보니 그 아래 시냇물이 흘러야 했다 그 물 속에 자갈이 있어야 했으며 자갈 틈새로 피라미들이 놀아야 했다 물굽이를 끼고 돌아 금간 돌밑에서 아이들이 공기놀이를 하고 있다 조막손이 손등을 자꾸자꾸 미끄러지는 공기.. 나의 시 2007.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