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Sunset -5 ] 일 몰 / 김주혜 Sunset -5 일 몰 - 김주혜 - 강이 먼저 주홍빛 자리를 편다 서서히 주저앉는 그를 지켜보는 일은 잔인하다 폭발적인 힘을 가진 그가 저렇듯 약해지다니 지저귀던 새들도 둥지를 튼 지 오래 .. 나의 시 2011.01.24
장승 장승 김주혜 그이 몸에서는 싱그러운 도끼날 냄새가 난다 소나무, 솔이파리, 솔방울들 모두 쳐내린 그 시퍼런 빛이 보인다 가슴에는 알쏭달쏭한 상형문자를 박고 퉁방구리눈으로 듬성듬성난 이빨을 내보이며 위엄을 부린다 관까지 쓰고 있다. 낡아빠진..... 빛바랜 관은 곰팡이가 슬어, .. 나의 시 2010.12.06
붉은 점 모시나비의 이야기 붉은 점 모시나비의 이야기 김주혜 처음에 나는 방울이었어요 초록꽃 위에 한 점 이슬이었어요 푸른 매줄 하나하나에 스며있는 호읍이었어요 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 날 동그란 나의 집이 깨지고 내 몸이 자라고 있었어요 바람도 빛도 나를 멀리 했어요 나는 한 마리 벌레라 불리웠어요 껍질을 벗으며 .. 나의 시 2010.12.06
달항아리 /김주혜 사진: 김환기 화백의 '항아리와 날으는 새' 달항아리 김주혜 깊은 밤, 밤바람을 맞고 있는 풀이나 꽃, 개미들이 말을 한다면, 나무의 등걸이나 잎진 가지들이 말을 한다면, 유백색 은은한 달항아리가 말을 한다면. 나의 시 2010.12.06
고백 고백 나는 육각형의 방을 가졌어 에메랄드의 푸른 언덕도 그곳에 있었어 한 번도 보지 못한 햇빛과 바람 아직 잠들지 못한 목련도 있었어 수십만 송이의 꽃으로 장식한 낙원에서 빛나는 검은 눈과 순금빛 꼬리를 자랑하며 8분의 6박자 춤도 추었지 나만의 식탁에는 언제나 파이프 오르간 음이 흘렀고 .. 나의 시 2010.12.06
달맞이꽃 EVENING-PRIMROSE 달맞이꽃 Kim, Joo-Hye 김주혜 There is a person that comes to mind when the full moon comes out: the one whom I missed hesitating when the moon emerged, the one who disappeared to the other side of the earth, the one who had a heart deeper than the birch forest, the one who was more lonesome than the shadow of the sunflower, the one who read Szymborska’s poems to me tra.. 나의 시 2010.09.06
스트레스 스트레스 김주혜 섬진강산 물고기 한 마리를 욕조에 풀어놓았다. 놈은 낚시바늘을 입에 꽂고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튕겨져 나온 회색빛 눈망울을 굴리며 부르튼 입술로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엇다 놈은 함성을 지르고 싶은 것을 참고 있음이 분명했다. 비틀거리면서도 내 손을 거칠게 뿌리치는 .. 나의 시 2010.06.10
[스크랩] 오늘밤도 나는 별여행을 떠난다/ 김주혜 // 오늘밤도 나는 별여행을 떠난다 - 김주혜 처녀좌를 출발하여 사파이어 그 푸른 빛의 사슬을 따라갔다 좀생이별들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새순처럼 돋아나고 있는 별무리들을 한점 한점 획을 그으며 따라갔다 사다리꼴의 별들이 자리를 떠나고 꼬리별이 어둠을 가로지른 지 얼마되지 않아 황금색의 .. 나의 시 2010.01.24
굴뚝새 굴뚝새 김주혜 초하루, 보름이면 할머니는 장독간에서 정한수 떠놓고 치성을 드렸습니다. 사악사악 손바닥 비비는 소리와 자근자근 고하는 할머니의 간원이 장독대에 햇살처럼 쩔어 있을 무렵이면 영락없이 굴뚝새가 나를 깨웠습니다. 숨소리가 늘 가빴던 내 가슴을 쓸어주시던 할머니의 손바닥은 .. 나의 시 2009.12.21
두통 두 통 김 주 혜 내 어릴 적 할머니는 머리가 아프면 장항아리마다 뚜껑을 열어보곤 하셨습니다. 집안 어느 곳에서든 썩는 것이 있거나 장에 *가시가 생기면 그 집안의 *대주大主가 아픈 거라시며 광이며, 지하실 뒷마당 구석구석까지 유리알처럼 닦으셨습니다. 지금의 나 역시 머리가 아픈 날이면 집안.. 나의 시 2009.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