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 봉헌시 <성전봉헌시> 하느님 계시는 신비궁전 시간이 열리고, 은나팔 소리 드높으니 불기둥, 구름기둥이 솟는다. 하느님께서 거하실 곳, 이 신성한 울림 앞에 우리 모두 고개를 숙이자 아, 얼마나 꿈꾸고 고대하던 성전인가! 여기, 솔로몬의 영광이, 하느님의 평화가 넘친다 쏘아대는 기도화살이 무지개빛.. 나의 시 2008.02.24
[스크랩] 피리소리 피리소리 김주혜 속이 패이고 마디가 있는 부분들이 예리한 칼로 잘려나갔다 마디 하나 없는 텅빈 공간으로 어둠의 혼이 지나간다 소리의 방들이 하나씩 하나씩 열리고 그곳으로 산허리를 돌아 보이지 않는 강이 흐른다 초록 물살 안고 강변에 서 있는 사람이 흔들거린다 열린 방마다 안개비가 내리.. 나의 시 2008.02.21
[스크랩] 텔레만을 듣는 새벽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비가 온다. 물방울들은 부드러움과 매끄러움 그리고 카리스마를 갖추고 주위를 끌어당긴다. 12개의 바이올린이 흐느끼기 시작하자 빗소리를 축으로 한 첼로가 한 줌의 흙이 되어 아스러질 몸을 끌어안고 펑펑 운다. 바람은 창문을 두드리며 오열하고 귓불에 엉켜있던 음파들은 .. 나의 시 2008.01.11
[스크랩] 이 별 이별 김주혜 너와 나의 만남은 지구 한 귀퉁이를 슬쩍 건드리는 일이나 내겐 역사의 바람이 머무는 일 날줄과 씨줄이 바뀌고, 천지가 갈라져 고름이 철철 흐르는 일 고이고이 접힌 세월을 펼쳐보면 동부새가 불어 언 땅을 녹이고 바닷물이 바위를 깨부수는 일만큼이나 크고 의미 있는 일 더듬이처럼 .. 나의 시 2007.12.20
[스크랩] 가벼운 산책길 가벼운 산책길 김 주 혜 이제 널 놓아줄게 너를 둘러싼 사각의 벽, 굳게 닫힌 문 혈관을 들쑤셔대던 바늘 끝에서 이제 널 놓여나게 해줄게 참기 힘든 외로움의 끝에서도 놔줄게 네가 끝내 놓지 못한 시어들의 그물도 거두어줄게 너는 수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리는 예수님의 손에서 낚시의 찌를 얻으려 .. 나의 시 2007.12.11
돌을 던지지 않는 까닭 돌을 던지지 않는 까닭 김주혜 사방무늬들이 어깨동무를 한다 사각의 나의 방들도 함께 어울린다 돌을 들어 한 귀퉁이에 작은 집을 세운다 이름 석 자 새겨 하얀 문패를 달았다 대각선으로 바람소리를 내며 검은 섬이 떠올랐다 오늘은 쉽게 집을 지을 수 있겠다 섬에서 그를 만났고 우리는 팔을 뻗으.. 나의 시 2007.11.09
[스크랩] 가을, 사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가을, 사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김주혜 탐스럽게 가슴을 연, 그 희디흰 젖줄을 빨아올린 대지에 광채처럼 종소리가 쏟아진다 초록과 황금의 불꽃이 하늘을 밀어올린다 땅과 하늘 사이, 그 투명함 속에서 나는 왠지 자꾸 허기가 졌다 목이 말랐다. 목마른 사과나무가 되어 그늘진 빛 사이 바람의 숨.. 나의 시 2007.11.08
[스크랩] 오석烏石 오석 김주혜 길 떠난지 석삼 년 줄곧 당신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때로는 썰물이다가 때로는 밀물이다가 한나절 끼룩끼룩 울어대는 눈먼 갈매기다가 마침내 다 닳아버린 외진 바 닷가 검은 돌이 되었습니다. 몇 날 며칠 화강암 주위를 맴돌다 멋진 말 한 필을 끌어 낸 어느 조각가에게 당신 안에 든 .. 나의 시 2007.10.12
[스크랩] 선이 있는 그림 선이 있는 그림 김주혜 백지 위에 무심코 선을 그었다 그냥 그리다보니 나무가 되었고 나무를 그리다보니 그 아래 시냇물이 흘러야 했다 그 물속에 자갈이 있어야 했으며 자갈 틈새로 피라미들이 놀아야 했다 물굽이를 끼고 돌아 금 간 돌밑에서 아이들이 공기놀이를 하고 있다 조막손이 손등을 자꾸.. 나의 시 2007.10.12
[스크랩] 열매 果實 詩 金主惠 夏が行く 雨水に搖れる枝 枝の先に空が集まる 空は翼を付け 久しい沈默で待っている 鐘になりたかった 地の奧深く散った 隱された火種の物語 根を振り拂い 瞳の黑い目差しが粒每に刻まれた 音を出さない樂器になる 觸れる度にたくしこむ枝をまといあげ 腰の曲がる枝の間に 流.. 나의 시 2007.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