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나무, 포도의 눈물 포도나무, 포도의 눈물 김주혜 우리가 와인글라스를 부딪칠 때 당신은 와인밖에 보지 못하지만, 나는 그 너머까지 봅니다. 당신의 눈속에 든 나를 보고 그 눈동자에 고인 눈물을 봅니다. 포도가 열린 나무를 보고, 그 나무가 맞아야 하는 비바람을 봅니다. 열매를 딴 손, 산을 넘고, 바다를.. 나의 시 2013.05.28
김주혜, 매생이를 아시는지요 매생이를 아시는지요 / 김주혜 가을 여행길, 대보름달이 뜨면 몸이 뜨거워진다고 했더니 남녘 시인이 화들짝 놀라며 매생이 같은 여자란다. 펄펄 끓는 국물에 매생이를 넣으면 퐁퐁퐁 뿜어져 나오던 뜨거운 열기가 사라지고 금세 새치름한 진초록빛 바다가 차갑게 펼쳐진단다. 그 냉랭한.. 나의 시 2013.01.12
걱정도 팔자 사진: 호이안mc님 꺼 걱정도 팔자 김주혜 어머니 가시는 길이 온통 눈밭이다 하얗게 가시다가 하얗게 오시려나 미움도 그리움도 고통도 부활도 모두모두 하얗게 눈꽃마다 어머니 얼굴 새겨놓고 눈꽃마다 어머니 음성 배어놓고 "조심해라, 조심해라 미끄러질라" 어머니 걱정도 팔자다 어.. 나의 시 2012.12.08
가을, 사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CENTER> 가을, 사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김주혜 탐스럽게 가슴을 연, 그 희디흰 젖줄을 빨아올린 대지에 광채처럼 종소리가 쏟아진다 초록과 황금의 불꽃이 하늘을 밀어올린다 땅과 하늘 사이, 그 투명함 속에서 나는 왠지 허기가 졌다 목이 말랐다. 목마른 사과나무가 그늘진 빛 사이 바.. 나의 시 2012.11.29
추억 만들기 추억만들기 김주혜 바람소리가 심해지는 날이면 겨울숲으로 갔어 뻐가 드러난 나무등걸에 앉아 장수하늘소며 사슴벌레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지 곧 무너져내릴 산마루가 되어 내 손에 도토리를 쥐어주고 떠났었지 지금 내 주머니 속에 아직도 그날의 온기가 느껴지는 도토리 몇 알이 목.. 나의 시 2012.11.29
사슴풍뎅이 사슴풍뎅이 김주혜 광릉 숲속에서 사슴풍뎅이를 보았다. 투명한 밤색 뿔 이 마치 뱃머리처럼 휘어졌고, 찌르찌륵 짝짓기를 하다 뿔을 들어 허공을 바라보는 그 눈이 오래비를 닮아 있 었다. 불쌍한 오래비. 물대접에 젓가락을 담고 노 젓는 시늉을 즐겨 했다던 신동 오래비를 잃고, 어머.. 나의 시 2012.11.01
약속의 정원 약속의 정원 김주혜 해마다 오월이 오면, 가장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을 가꾸겠다고 약속한 저희들의 정원을 돌아봅니다. 이웃사랑의 정원 믿음과 봉사의 정원 회개와 용서의 정원 그리고 나눔과 감사의 정원.... 부끄럽습니다. 몸과 마음 모두 다 바친다고 입으로만 되뇌이고 실천하지 않.. 나의 시 2012.05.09
오래된 흔적 오래된 흔적 김주혜 파도가 없는 바다가 어찌 노래를 부르랴 레코드판에 바늘을 올려놓고 홈을 타고 흐르는 파도를 읽는다 몸부림이 심한 파도일수록 모래사장에 남긴 고운 곡선에 비해 오래된 바늘의 발자국이 끄집어내는 오래된 결들은 울음처럼 들린다 -위 워 월칭 투게더 조리로 쌀.. 나의 시 2012.05.09
부활復活 부활復活 김주혜 부활성야미사 시간, 앞좌석에 앉은 깡마른 노인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싯누렇게 바랜 성서를 침 묻혀가며 넘기는 그의 모습이 성요셉 같다. 이 제 곧 손에서 놓아야 될 손때 묻은 대패를 사랑스레 보듬듯 껍질만 남은 그의 앙상한 손가락마디가 꺼칠꺼칠한 보푸라기를 .. 나의 시 2012.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