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여름, 그리움 여름, 그리움 주혜 그대를 그리는 순간은 시간도 공간도 사라지고 스르르 또 다른 세상의 창문이 열린다 동동동 햇빛이 굴러다니는 오후 신의 눈길을 외면하고 나는 파도에 젖은 갈매기와 지친 영혼의 시선을 나눈다. 나의 시 2013.11.05
피리소리 피리소리 김주혜 속이 패이고 마디가 있는 부분들이 예리한 칼로 잘려나갔다 마디 하나 없는 텅 빈 공간으로 어둠의 혼이 지나가고 소리의 방들이 하나씩 하나씩 열린다 그곳으로 산허리를 돌아 보이지 않는 강이 흐르면 초록 물살 안고 강변에 서 있는 내가 흔들린다 열린 방마다 안개.. 나의 시 2013.10.31
일몰.1 일몰.1 김주혜 강이 먼저 주홍빛 자리를 편다 서서히 주저앉는 그를 지켜보는 일은 잔인하다 폭발적인 힘을 가진 그가 저렇듯 약해지다니 지저귀던 새들도 둥지를 튼 지 오래 하나둘씩 켜지는 등불 아래 그는 눈부시도록 위대한 준비를 한다 황금빛 강 사이로 붉은 길을 열고 흰 무명 바.. 나의 시 2013.10.26
다산 초당 가는 길 사용자 PC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스크립트를 차단했습니다. 원본 글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다산초당 가는 길 -동백꽃 김주혜 다산 초당 가는 길 눈밭에 떨어진 동백꽃이 너무 붉어 슬프다 밤새 이슬 맞아 더욱 청초한, 여인의 속살처럼 윤기 나는 봉오리 속 노오란 꽃술이 못 다한 .. 나의 시 2013.10.25
한밤, 꽃방을 들여다보다 한 밤, 꽃방을 들여다보다 김 주 혜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꽃방이 어둡다 꽃마다 노을빛 칼금 긋는 소리 은하처럼 반짝인다. -시집, 연꽃마을 별똥별 중에서- 나의 시 2013.10.25
[스크랩] 포도나무, 포도의 눈물 포도나무, 포도의 눈물 김주혜 우리가 와인글라스를 부딪칠 때 당신은 와인밖에 보지 못하지만, 나는 그 너머까지 봅니다. 당신의 눈속에 든 나를 보고 그 눈동자에 고인 눈물을 봅니다. 포도가 열린 나무를 보고, 그 나무가 맞아야 하는 비바람을 봅니다. 열매를 딴 손, 산을 넘고, 바다를.. 나의 시 2013.10.25
[스크랩] 에밀리 디킨슨에게 에밀리 디킨슨에게 - 김주혜- 그 옷을 벗어버리세요 당신이 흰옷을 즐겨 입는 이유를 알아요 당신처럼 사랑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은 나도 하루하루 죽음과 벗하고 살고 있어요 당신이 검은 리본으로 세상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평생 흰옷으로 굳게 닫힌 마음을 보이자 나는 머리가 하얗.. 나의 시 2013.10.25
사과 바다 사과바다 김주혜 네가 얼굴부터 붉히는 이유가 뭐야 하늘이 푸르고 태양이 빛나는 것이 반쯤은 너 때문일 수도 있겠지 가끔 마른번개 꽂힐 때 탱탱하게 물오른 두 볼에 든 모든 추억들을 더 이상 가둬둘 수 없음도 알아 네가 푸른 옷을 입고 창밖에 서 있을 때 네게선 이미 파도소리가 났.. 나의 시 2013.10.24
가을, 사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가을, 사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김주혜 탐스럽게 가슴을 연, 그 희디흰 젖줄을 빨아올린 대지에 광채처럼 종소리가 쏟아진다 초록과 황금의 불꽃이 하늘을 밀어올린다 땅과 하늘 사이, 그 투명함 속에서 나는 왠지 자꾸 허기가 졌다 목이 말랐다. 목마른 사과나무가 되어 그늘진 빛 사.. 나의 시 2013.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