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이 만드는 길 바늘이 만드는 길 김주혜 한 쪽 귀가 풀어진 채 마름질은 끝나 있었다 풀어진 귀 속으로 어제가 꿰이고 그것은 매듭을 만들면서 한 땀 한 땀 떠가는 내 앞에 빈 터를 연다 몸속에 자리하고 있을 잠들지 않은 꿈 말없이 감추며 한 올의 흩어짐도 허용치 않는 걸음 위로 아이의 눈썹 같은 길.. 나의 시 2013.11.05
[스크랩] 어머니를 하늘에 보내드리고... 사모곡. 19 -어머니별 김주혜 올해는 꽃이 펴도 반길 일이 없겠다 조그만 새순에도 눈인사하시더니 산책길에 맞은 새똥에도 반가워하시더니 발아래 저 강도 밤새 울어 뿌옇게 서려있구나 그 아득한 잔물결에 내 눈이 못 박혀 산굽이마다 나를 꾸짖는 소리 서걱거리는데 굴참나무 어혈 맺.. 나의 시 2013.11.05
[스크랩] 기다림의 시 『기다림의 시 』 김주혜 내 안의 동굴을 들여다 보기로 했다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던 힘은 붉은 빛으로 강이 되어 흐르고 흐르는 곳마다 어둠을 깔았다 돌이 된 생명 하나 돌꽃으로 피어 거꾸로 자라고 발밑에 무수히 깔린 진주는 잠자는 미녀가 먹다 버린 계란석과 함께 이제는 이름 없.. 나의 시 2013.11.05
[스크랩] 그리움-분수 그리움 -분수 김주혜 모를거야 가슴 한가운데 길을 뚫고 온힘으로 밀어내는 고통이 무엇인지 너는 모를거야 내가 쏟아내는 아픔이 진하면 진할수록 하얗게 부서지며 소리치지 그러나 너는 듣지 못해 내 속에 소리로 녹아버린 아버지의 음성 부르며 부르며 솟아오르나 날개를 달지 못하.. 나의 시 2013.11.05
[스크랩] 신두리 해변 신두리 해변 잠이 오지 않는 날은 달이 먼저 떠오른다. 키다리 적송이 휘청 다가와 깊이 잠들어 있는 기억 속의 너를 끄집어내어 가슴을 통째로 흔들며 바다로 내던진다. 차마 용기가 없어 따라가지 못하는 나는 모래바닥에 이름 석 자 써놓고 심장에 박힌 너를 꺼내 달빛에 씻어 모래밭.. 나의 시 2013.11.05
[스크랩] 달(Moon) 달 김주혜 아무것도 찾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달집에 모여 불을 지피고 헌 동정을 뜯어 던지던 사람들도 하늘 높이 솟아오르던 송액의 연도 온데간데 없고 흔들리지 않는 그네가 텅빈 놀이터에 늘어져 있었습니다. 다만, 고개를 젖히니 색종이로 오려붙인 듯한 조그만 풍선이 하나 바람.. 나의 시 2013.11.05
[스크랩] 동해산 심해어 방금 물에서 건져 낸 불룩한 가슴이 아름답다 눈동자를 살피고 가슴을 만져본다 희미하나마 살아있다 이리저리 몸을 젖히는 대로 가만히 있다 비늘을 긁어야지 회를 처먹으면 달 꺼야 그의 입술이 조금 움직였다 입속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벌린다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 입술을 갖다.. 나의 시 2013.11.05
[스크랩] 르완다 르완다 젖은 쥐 한 마리가 수돗가에서 비틀거리고 있다 어젯밤 내가 내린 처방은 굶주림에 지친 그에게 좋은 미끼였고 지금, 그는 내 앞에서 죽어가고 있다 검고 둥근 눈을 아프게 뜬 채. - 제 아이를 살려 주세요 파리 떼들이 수없이 달라붙는 난민촌 막사 안, 죽어 가는 어미의 젖꼭지를 .. 나의 시 2013.11.05
[스크랩] 갇힘에 관하여 [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onclick="change_content(true);" class="text_acc">여기를 클릭하세요. 갇힘에 관하여 김주혜 내 어린 꽃봉오리를 핀셋으로 헤치고 그는 봉오리 안의 꽃밥을 조심스레 따냈어. 슬라이드 글라스 위에 뉘여진 내 이마며 입술 .. 나의 시 2013.11.05
[스크랩] 그러나 아무도 그러나 아무도 전철을 기다렸습니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나를 뒤로 밀며 옆으로 젖히며 전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마침내 내 처례구나 하며 들어서려는 순간, 전철 문은 닫히고 유리창 안에서 그들은 나를 쳐다보고 웃고 있었습니다. 저들이 왜 나를 쳐다보는 걸까. 아 참, 그렇지. 깜.. 나의 시 2013.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