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양 속죄양 김주혜 숲으로 가는 길은 멀다. 초점을 맞추고 조리개를 조이고 셔터를 열었다 될수록 많은 빛을 통과시키리라. 바닥을 뒹굴며 구름을 만드는 나무 자벌레처럼 엉덩이를 들어올리며 재주부리는 나무 머리가 몸 전체 절반이나 되는 나무 하루종일 벽에다 그림을 그리는 나무 가슴.. 나의 시 2013.11.05
[스크랩] 붉은 점 모시나비의 이야기 붉은 점 모시나비의 이야기 김주혜 처음에 나는 방울이었어요. 초록꽃 위에 한 점 이슬이었어요. 푸른 맥줄 사이사이에 스며있는 호흡이었어요. 바람이 몹시 부느 어느날 동그란 나의 집이 깨어지고 내 몸이 자라고 있었어요 바람도 빛도 나를 멀리 했어요 나는 한 마리 벌레라 불리웠어.. 나의 시 2013.11.05
[스크랩] 돌을 던지지 않는 까닭 돌을 던지지 않는 까닭 김주혜 사방무늬들이 어깨동무를 한다 사각의 나의 방들도 함께 어울린다 돌을 들어 한귄퉁이에 작은 집을 세운다 이름 석 자 새겨 하얀 문패를 달았다 대각선으로 바람소리를 내며 검은 섬이 떠올랐다 오늘은 쉽게 집을 지을 수 있겠다 섬에서 그를 만났고 우리.. 나의 시 2013.11.05
[스크랩] 김주혜/ 푸코의 추 푸코의 추 ―마취 김주혜 푸코의 머리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그는 늘 줄담배를 피웠고 계속해서 마셔댔다 나는 밑바닥에 남은 마지막 술을 그의 온기가 남아있는 술잔에 따랐다 담배도 한 가치 손에 들었다 연필은 너무 멀리 있었고 책에 적힌 글씨는 너무 작았다 술집, 모래시계에서 한 .. 나의 시 2013.11.05
일몰.5 일몰ㆍ5 질긴 상처가 엉켜 핏덩이가 되었나 충혈 된 동공에 묻힌 얼굴이 꺼이꺼이 부르다 목이 잠겼나. 산 너머 물 건너 퐁당! 던져진 내 한평생. 나의 시 2013.11.05
날개를 단 새는 자유롭다 날개를 단 새는 자유롭다 김주혜 오늘 아침 나의 새는 싸늘한 가슴으로 내게 왔네 가지에서 가지로 옮아 다니는 즐거움은 그의 것 날개에 묻어나는 외로움도 그의 전부 수없이 머리를 조아리는 긴 기도와 단 하나 그가 비켜설 수 있는 아늑한 둥지 속도 그의 텅 빈 울음소리를 채울 수는 .. 나의 시 2013.11.05
[스크랩] 아버지별.3 - 북 아버지별.3 -북 매일 낮밤 북을 친다. 손가락 사이마다 북채를 끼고 후줄근히 땀에 젖어 북을 두드린다. 그러나 북은 무덤처럼 조용하다 아버지가 떠난 후부터 북은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았다. 북이 불러들이던 온 산하, 소나무의 향기, 불타는 바위 물의 환희, 온몸이 따로 노는 듯한 그 .. 나의 시 2013.11.05
[스크랩] 일몰. 7 일몰. 7 -왜가리 김주혜 강기슭에 앉아 서풍이 전해주는 빛깔을 본다 물기서린 두 뺨을 스치며 물결을 흔들고 붉게 물든 그림자를 거스르는 바람아 너는 누구를 위해 술잔을 드는가 흐트러진 머리카락 올려주며 눈물 닦아주던 사람아 어느 산 계곡을 돌아 생이 다 닳아버린 이곳까지 와서.. 나의 시 2013.11.05
유리벽, 우주 유리벽,우주/ 김주혜 유리벽 속, 작은 정원, 돌틈, 그 흙속에 개미들이 잠들어 있다. 투명한 이슬을 먹으며 잘 견디어낸 한여름 달팽이가 조용히 그들을 응시하고, 어린 초록풀에 스치듯 그렇게 엎디어 있다. 흑과 백을 잘 가릴 줄 아는 그의 촉각은 부드럽다. 흙의 숨결에 살찌우며 갈증만.. 나의 시 2013.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