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사진:호이안mc님 달 김주혜 아무 것도 찾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팔 벌리고 눈 감고 제자리에서 맴맴을 돌고 눈을 떠보니 달집에 모여 불을 지피며 헌동정을 뜯어던지던 사람들도 하늘 높이 솟아오르던 송액의 연도 온데간데 없고 다만 흔들리지 않는 그네만이 텅 빈 놀이터에 늘어.. 나의 시 2012.02.06
굴뚝새 굴뚝새 김주혜 초하루 보름이면 할머니는 정한수 떠놓고 치성을 드리셨습니다. 가족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자근자근 고하는 할머니 음성과 사악 사악 손바닥 비벼대는 소리가 장독대에 햇살처럼 쩔어있을 때 나는 눈을 떴습니다. '을묘생 오월 열이틀 김씨 대주 그저..나뭇 잎에 .. 나의 시 2012.02.02
[스크랩] 아버지별.1 -물 아버지별.1 -물 김주혜 저승밥 한 술 떠 굳은 입속으로 털어넣으며 눈 감기고 귀 막고 나무못 쾅쾅 치고 징소릴 떠나보낸 별 오늘도 나는 그 별의 그림자를 찾아 떠난다 초록빛 갈기 날리며 작은 이슬처럼 찰캉찰캉 풋울음 울고 있는 별 저 익숙하고 투명한 기억의 별이 천 개의 눈.. 나의 시 2011.12.28
추억만들기 사진: 호이안님꺼 도용 추억 만들기 김 주 혜 바람소리가 심해지는 날이면 겨울 숲으로 갔어 뼈가 드러난 나무등걸에 앉아 장수 하늘소며 사슴벌레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지 곧 무너져내릴 물마루가 되어 내 손에 도토리를 쥐어주고 떠났었지 지금 내 주머니 속에 아직도 그날의 .. 나의 시 2011.12.14
세상에서 가장 긴 편지 -그리스도의 영광스런 변모 세상에서 가장 긴 편지 김주혜 하늘이 열리고, 사랑으로 다가오신 님 빛처럼 서로 사랑하라 하셨으니 상처 입은 도요새를 만나면 불같이 뜨거운 혀로 핥아주며 성모님처럼 품어 안으리라 했다 눈물 그렁그렁 고인 사마리아 여인에게 일몰 좋은 바닷가에 보석.. 나의 시 2011.11.09
열매 열매 김주혜 여름이 간다 빗물에 흔들리는 가지 가지 끝에 하늘이 모인다 하늘은 날개를 달고 긴 침묵으로 기다리고 있다 종이 되고 싶었다 땅속 깊숙이 흩어진 숨겨진 불씨의 이야기 뿌리마다 털어내어 까만 눈빛으로 알알이 박힌 소리하지 않는 악기가 된다 닿는대로 휘어잡는 가지 추스리며 허리 .. 나의 시 2011.08.30
누구라도 내 이름을 불러 주세요 누구라도 내 이름을 불러 주세요 김주혜 가을, 하늘, 햇빛, 열매......,이 모든 것을 입 안 가득 넣고 있으려니 등 뒤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이 아까운 것들, 한꺼번에 삼킬 수도 없고 뱉을 수도 없어 우물거리며 고개만 설레설레 저었다. 귀뚜라미 한 마리가 투명한 껍질을 .. 나의 시 2011.08.26
달맞이꽃 > 달맞이꽃 김주혜 보름달이 뜨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정작 보름달이 떠오르면 서성이다 놓쳐버린 사람, 보름달이 스러질 때 지구 반대편으로 사라진 사람. 자작나무 숲보다 깊은 가슴을 가진 사람. 해바라기 긴 그림자보다 더 외로운 사람. 어둠 속에 갇힌 나에게 심보르스카의.. 나의 시 2011.08.05
바다는 잠들고 사진: 호이안 님 바다는 잠들고 김주혜 건망증이 심한 수자에게서 돈을 꾸는 사람은 그날로 횡재한다. 그녀는 잊는 것을 술 먹듯이 하기 때문이다. 키를 꽂은 채 차문을 닫기는 예사고, 영수증 고지서를 어디에 두었는지 생각해 내는 것은 무리이다. 그러나 얄밉게도 책 빌려준 일만은 잊.. 나의 시 2011.07.24
바늘이 만드는 길 『바느질하는 여인』 Oil Canvas, 1881, 모리조 바늘이 만드는 길 김 주 혜 한 쪽 귀가 풀어진 채 마름질은 끝나 있었다. 풀어진 귀속으로 어제가 꿰이고 그곳은 매듭을 만들면서 한 땀 한 땀 떠가는 내 앞에 빈 터를 연다 몸속에 자리하고 있을 잠들지 못한 꿈 말없이 감추며, 여미며 한 올의 흩어짐도 허옹.. 나의 시 2011.07.06